감상

그대가 조국 - 시드니 관람 후기

쌓기2 2022. 6. 20. 21:06

6월 26일 회차는 아직 표가 있다고 한다

한국 투표권은 없지만, 한국 국적을 꼭 회복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나. 아무리 해외에 오래 살아도 어차피 타인도 나 자신도 나라는 사람을 한국인으로만 본다. 뼛속까지 한국인이고, 나름 한국을 사랑한다. 정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가끔 접하게 된 조국 전 법무부장 가족의 법정공방에 대한 영화가 상영된다고 해서 망설임 없이 티켓을 구입했다.

 

장소는 Top Ryde 쇼핑센터에 위치한 Event Cinema. 4층인 줄 알았는데 L2였다. 대충 한국인으로 보이는 분들을 따라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는데 영화관이 안 보여서 좀 당황함. 주차장같이 보이는 곳으로 나가봤더니 영화관에 가는 계단이 따로 있었다. 미리 모여있는 교민들과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입장을 했다. 사물놀이 모임에서 짧은 공연을 하고 영화는 바로 시작했다. 영화에 대한 팟캐스트를 미리 듣고서 영화를 봤지만, 직접 보는 느낌은 예상하지 못한 복잡한 심경이었다. 영화 상영시간 동안 극도의 충격-분노-좌절을 다 경험하고는 영화가 끝났을 때는 투지에 활활 불타고 있었다. 청문회에서 말을 바꿔서 말하는 당시 야당 위원들이 다 뿔 달린 악마같이 보였고, 어처구니없는 사법과 검찰의 행패에 말문이 막혔다.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한다. 조국 전 장관님이 담담한 태도와 시종일관 지혜로운 언행을 유지하시는 점은 다행으로 생각되었지만, 그분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제발 체력과 건강 챙기시길 바랄 뿐이다. 나 같으면 열불 나서 몇 번은 쓰러졌을 듯.

 

영화의 제목과 주인공은 조국 전 장관이지만, 또한 이 영화는 진실이 수호되지 않는 한국의 현실에 아연실색하는 양심적인 사람들의 고뇌를 대변한다. 진실이 권력에 의해 얼마나 쉽게 왜곡되고 은폐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큰 권력에 굴하지 않고 계속 맞서는 제대로 된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너무 강한 감정들에 휩싸인 나머지, 영화 상영 후 배부받은 영화 티켓을 validation 받는 것을 깜빡해서 주차비 $5를 내고 말았다. 다음 상영회에 가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Scoop Alley (영화 티켓팅 창구)에서 영화 티켓 스캔하시고 주차시간을 4시간 연장하세요!

 

정말 보길 잘했다. 10월 달에 다시 공판이 있다고 하는데, 양심 있는 판사가 남아있다면 진실의 편에 설 용기를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을 떨쳐버리고, 지금 생긴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 멀리서나마 작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