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집들이 - 즐거운 나의 집
한국 방문할 때 할머니께 보여드리려고 찍은 집사진들을 저장할 겸 옮겨본다. 어렸을 때부터 쭉 '우리 집'이라는 말을 썼는데, 이 집에서 혼자 살게 된 이후로 '내 집'이라는 말을 쓰려니 어색하다. 영어로는 my place라는 표현이 있어서 편한데, 한국어로는 혼자 살아도 '우리 집'이라고 하는 것 같긴 한데, 난 내가 혼자 주택대출금을 갚고 있기 때문에 , '내 집'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고양이들과, 수많은 거미, 개미, 도마뱀, 지렁이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집'이라는 표현도 틀리지는 않긴 하다.
내 집은 1960년에 지어졌다가 중간에 한 번 내부 인테리어와 증축공사를 했다. 원래 방이 2개였던 작은 집에 방 한 개를 더 들이고 베란다를 거실로 바꾼 듯하다. 작은 방이 세 개라 4명 가족이 살기에는 작고 내가 혼자 살기에는 약간 넉넉한 정도의 크기이다. 30평 정도인 듯.
문의 왼쪽 구석에 있는 것의 나의 작은 냉장고이다. 작고 색상도 검은색이라 부엌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믿으며 살고 있다.
최대한으로 가벼운 것으로 사고 싶었지만 23kg보다 더 적은 것은 찾기가 힘들었다. 냉장고가 작으니 음식을 많이 쟁여놓지 못하게 되어서 부지런해지는 효과가 있다. 냉장고에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안에 있는 음식을 소진하는데 날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곳이 과거에는 베란다였던 곳인데 철제 소재로 벽을 만들어서 여름에는 상당히 덥다. 게다가 에어컨을 설치하기도 애매한 곳이다. 더운 것을 장점으로 이용해서 식물원처럼 해놓고 싶은데 화분에 물 주는 것이 생각보다 번거로워서 포기했다. 내가 돌볼 수 있는 화분의 개수는 10개가 한계인 것으로 판명.
가끔 실수로 달빛이가 집에 없는 줄 알고 문을 잠그고 외출을 하면 달빛이는 하루 종일 집에 갇혀있게 된다. 그런 날에는 창가에서 원망의 눈빛으로 나의 귀가를 기다리는 달빛이의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달빛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집에 왔을 때 어떤 이유로든 날 기다려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해 준다.
가구가 적어서 좋은 점은 가끔 마음이 내키는 대로 이리저리 재배치를 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 혼자서도 쉽게 옮길 수 있는 크기와 무게의 가구만 집 안에 들이고 있다. 사진을 찍지 못한 세탁실이 있는데, 그곳의 선반은 악보와 책으로 가득하다. 집안의 전체를 깔끔하고 헐렁하게 유지하고 싶은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작고 오래되었지만 이사 온 지 만 4년이 넘었는데도 한결같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즐거운 나의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