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Vivid에서 Stella Jang의 공연을 보고 오는 길에 기차가 연착이 되어서 거의 12시가 되어서 집에 돌아왔다. 날씨가 추운 탓도 있고, 주말이나 휴가 때는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지 가끔 몸살이 나는데, 오늘이 딱 그랬다. 토요일 오전 근무를 마치고, 원래는 동네 쇼핑센터에서 볼일도 보고, 도서관에서 예약한 한강 작가 책도 (6개월 만에 순서가 돌아왔다) 빌리고 밀린 학교 일도 하려고 했는데, 모든 계획을 날려버리고 바로 집에 왔다. 집에 오는 길에 달다구리라도 사서 가려고 했는데, 그럴 힘도 없었다. 집에 바로 와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고 바로 이불속으로 향했다. 바람은 좀 불었지만 모처럼 햇살이 따스한 날이었는데, 그걸 즐길 여유조차 없었다. 온몸이 욱신욱신 쑤시고, 콧물이 나고, 머리가 약간 지끈거렸다. 몸살이구나. 원래 오늘은 친구와 미술관에 가려던 약속이 있었는데, 어제 친구의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취소가 되었다. 몸이 아프니, 어제 약속을 취소한 친구에게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든다. 좋아하는 라디 오늘 틀어놓고 이불속에서 뒹굴다가 배가 고파서 느릿느릿 일어나서 부엌으로 갔다. 냉동고에 넣어둔 떡볶이 떡을 꺼내서 고추장과 설탕, 양파랑 버섯을 섞어서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며칠째 먹으려고 꺼내만 두고 손을 못 대던 오렌지를 잘라먹고, 두유가 떨어져서 그냥 물과 설탕만 넣고 코코아를 타먹었다. 계속 먹을 것이 들어가니 조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가 문득 야구가 생각나서 한화와 기아의 경기를 보면서, 틈틈이 고양이들이 집에 돌아왔나 확인하면서 이불속에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다. 딱히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체력과, 누울 수 있는 따뜻한 방, 온기를 나눠주는 고양이들이 있어서 감사한 겨울날의 연휴 주말이다.
'상념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 유난히 행복했던 날 - 식욕과 행복의 상관관계? (3) | 2025.06.11 |
---|---|
[실수] 나의 진짜 모습 - 몸이 아픈 하루 (2) | 2025.06.10 |
친구의 웨딩 케이크 - 특별한 날의 정의 (3) | 2025.06.05 |
정전 속의 깨달음 (1) | 2025.06.03 |
한 달 동안 매일 블로그에 글 올린 후 - 뭐가 달라졌을까? (4) | 2025.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