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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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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생일 선물 - 뮤즈가 되고 싶어 작년에 각각 7살과 5살의 조카들에게 생일 선물을 받았다. 동생이 고모 생일이라고 알려줘서 반강제적으로 생산(?)해낸 작품들이지만 그래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어떻게 생각되는지 알게 되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작은 의미라도 찾아보기 위해 여러 가지 분석을 해본다. 거기다가 난 누군가의 뮤즈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꽤 오랫동안 품고 살아왔는데, 조카들 덕분에 그 소망이 이루어졌다. 조카들의 짧은 어린 시절 동안, 앞으로 몇 번의 작품 속에 더 등장할 기회가 있으려나? 우선 당시 7살이었던 큰 조카가 그려준 나의 모습이 참 의외이다. 나는 저런 올림머리를 한 적이 없고, 핑크 스커트에 핑크 하이힐을 신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 눈은 저렇게 크지도 않고 오히려 작은 ..
우선순위 - 뭣이 중헌디? 수업 중에 어떤 학생이 심부름으로 날 찾아왔다. '우리 선생님이 이거 가져다 드리래요'. 선생님이 누구냐고 물어보니 나와 친한 동료분이다. 마우스 패드인데 쓰인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지금부터 백 년 후에는 내 통장 잔고가 얼마였는지, 내가 어떤 집에서 살았는지, 내가 어떤 자동차를 몰았는지전혀 상관이 없을 것이다.하지만 내가 한 아이의 인생에 중요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세상을 조금 바꾸어 놓을지 모른다.  교사로서 내가 한 학생에게 아주 작은 희망과 성공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다면, 보람된 인생을 살았노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자로 동료분께 감사를 표하자 이런 답장이 왔다. '이 글을 보니 네 생각이 났어.'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이었다. 내가 교사로서 학생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인생이 재미없을 때 - 기쁨의 유효기간에 관하여 요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힘든 일을 겪고 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문제가 내 행복을 좀먹고 있다. 지금까지 당한 것도 억울한데 내 일상까지 방해받기는 싫어서, 아무에게도 이 걱정을 털어놓지 않고 그냥 이 시기가 지나가기를, 빨리 내년이 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뭘 하면 기분이 나아질 수 있을까? 자전거로 퇴근을 하다가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겼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는 순간은 순도가 높은 기쁨이지만, 무척 빨리 지나간다. 아주 잠시, 오감을 집중하면 느낄 수 있지만 금방 사라진다. 집에 도착해서 자전거에서 내려 현관으로 걸어 들어가며 집을 둘러보았다. 벌써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4년이 다 되어가다니 믿을 수가 없다. 이사를 온 첫날..
잔잔한 일상속의 천국과 지옥 주말에 문득 내가 자주 입는 검정 카디건이 안 보여서 온 집안을 뒤졌는데 나오질 않았다. 아마 직장에 놓고 왔겠거니 하고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책상 주변을 찾아보고, 짐작되는 곳을 가보았지만 아무 데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금요일에 자전거를 타고 집에 와보니 가방이 열려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지퍼가 고장 나서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열렸던 것이었다. 그때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다시 가방을 닫았는데, 아마도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는라 가방에서 카디건이 흘러나오는지도 몰랐나 보다. 거의 사흘동안 옷이 길거리에 떨어져 있을 리가 없다. 누군가가 벌써 쓰레기통에 넣었겠지. 무난한 검은색이고 얇아서 여름에 입기 참 좋았는데, 물론 비슷한 걸 다시 사면되지만, 멀쩡한 카디건이 누군가에게는 쓰레..
자유로울 결심 - 하기 싫은 건 안한다 올해 나의 목표 중 하나는 진정성 (authenticity)를 갖는 것이다. 언행일치를 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한 의견을 말해서 투명한 인격을 갖는 것이었다. 내 삶에 너무나 많은 거짓말들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고, 부당한 것을 괜찮다고 말하고, 기분 나쁜데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아무리 작은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계속하다 보니 마음에 먼지가 쌓이는 것 같아서, 가끔은 나의 진짜 의견이 무엇인지 나조차도 헷갈린다. 이제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서 작년 말 이런 목표를 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11월이 된 요즘에서야 겨우 실천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결심한 몇 가지 : - 만나면 자기 이야기만 몇..
나는 축구가 싫다 내 인생에서 가장 부정적인 블로그 포스팅이 될 것 같다. 앞으로는 이것보다는 긍정적인 글만 쓰고 싶다. 오늘 축구경기도 5:0으로 대패했다. 비도 오고, 골키퍼도 부상을 당해서 여러모로 우울한 게임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수비에서 공격으로 포지션을 바꿔봤지만 못하는 건 그대로였다. 게다가, 최악의 심판이 있었다. 우리 팀이 실수할 때마다 한숨을 쉬고, 비웃고, 또 그걸 놓쳤나는 식으로 큰 목소리로 말을 했다. 상대편한테는 몇 분 남았으니까 한 골 더 넣어서 6:0으로 이기라고 응원까지 했다. 내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심판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않냐고 말을 했지만 듣긴 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나한테는 너 연습 좀 더 해야겠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못하는 건 내가 제일 더 잘 아는데 왜 그걸 경..
일상 속의 동물 친구들 고양이 두 마리와 살고 있어서 그런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동물들에게도 친근감을 느끼는 편이다. 요 며칠 나와 찰나의 인연이 닿았던 동물 친구들을 소개하고 싶다.  길을 가는데 목줄도 반려인도 없이 혼자 서있는 작은 개를 보았다. 길을 잃어버렸나 싶어서 얼른 사진부터 찍었다. 나중에 개를 찾는다는 전단지라도 보게 되면 같은 개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나의 착각일 수 도 있지만 약간 당황한 듯한 자세로 엉거주춤하게 잔디밭에 있었는데 내가 다가가자 날 경계하고는 조금 걸어서 바로 옆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길을 잃은 게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지난주, 어떤 남학생이 공책에 그림을 그려놓은 것을 보고 너무 귀여워서 칭찬을 해주었다. 고양이 그림이었는데 생각해서 그렸나고 물어보니 그건 아니고 따라 그렸다..
잔잔한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 일 년의 몇 번씩은 일상이 무미건조해지는 시기가 있다. 나이가 들어서는 그런 지루한 일상자체가 감사할 일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나와 주변인들에게 아픈 곳이 없고, 큰 사건이나 사고가 없어서 평온하다 못해 재미가 없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 머리로는 잘 알면서도, 기억력이 나쁜 나는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신나는 일이 없는지 시무룩해지곤 한다. 요즘이 딱 그런 시기. 딱히 문제가 없는데도 우울함이 느껴질 때면, 소소한 일상의 기쁨들을 찾아 나설 때이다. 오늘 발견한 보석 같은 기쁨의 조각들 몇 가지:  직장에서 옆자리 동료분이 고양이 모노폴리를 가지고 오셨다. 그분은 네 마리, 나는 두 마리의 고양이의 집사라서 통하는 부분이 많은데, 고양이 관련 굿즈라면 눈이 뒤집히는 공통점이 있다. 땅을 사는 대신..
목소리를 잃은 하루 일 년에 한 번씩은 목감기가 걸려서 목이 쉬곤 하는데 올해 두 번째로 목이 쉬고 말았다. 목감기에 걸린 것같이 목 안이 따끔해서 서둘러 소금물로 가글링을 했지만 그다음 날 하루 종일 목이 아팠다. 아, 목감기인가 보다 했는데, 놀랍게도 목의 통증은 그다음 날 싹 사라지고, 그 대신 목소리만 쉬고 말았다. 교사로 일하면서 큰 목소리를 많이 내고 매일 말을 많이 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나처럼 매년 목이 쉬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내 발성법이 잘못되었거나, 목이 특별히 약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 며칠 교실에서 에어컨을 틀어서 그런가? 아무튼 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손짓으로 인사를 하면서 목을 가리키면서, 목소리가 안 나온다고 입모양으로 말을 했다. 그랬더니 어떤 학생들은 내 목소리에 맞춰서 작게 말을 하고,..
발명품 아이디어 - 누군가 발명 좀 해줬으면 나는 능력이 안되지만 누군가가 하루빨리 발명해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고 있는 물건들 몇 가지: - 빨지 않아도 되는 옷: 손으로 살짝 비벼서 햇볕에 널기만 하면 자동으로 깨끗해지고 깔끔해지는 특수 소재의 천으로 된 옷이 있었으면 좋겠다.- 세탁도 되는 스타일러기: 스타일러같이 넣기만 하면 세탁과 살균이 다 되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물과 비누를 안 쓰는 것이 포인트!- 사이즈가 변하는 신발: 아침저녁으로 발이 부어서 살짝 사이즈가 달라지고 왼발 오른발이 미묘하게 사이즈가 다른데, 신발을 신으면 자동으로 발모양에 맞춰서 사이즈가 변하는 신발이 있었으면 좋겠다. 안 멋있어도 되고 무조건 편하면 됨.- 모자챙의 길이를 바꿀 수 있는 모자: 햇볕이 강한 날은 모자챙을 늘릴 수 있고 평소에는 야구모자처럼 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