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핑이란 게 참 신기하다. 어떤 주제에 꽂혀서 검색을 하다가 의외의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새로운 것에 빠져서 원래 관심 있었던 주제는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기도 한다. 최근 '드래곤 라자'의 오디오북을 네이버 오디오 클립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여기저기서 제목만 들어보고 읽을 기회가 없던 책을 처음으로 접하고는 완전히 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폭풍 검색을 하며 작가와 작품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고 관련 팟캐스트까지 찾기 시작하던 중, '놀고놀'이라는 방송을 알게 되었다.
'약콩', '김양치' 그리고 '선인장'이라는 아이디의 세 명의 여성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인데, '드래곤 라자'뿐만 아니라, 비디오 게임, 보드게임, 장르 소설, 미스터리, 영화, 그리고 클래식 음악까지 내가 좋아하는 모든 취미의 영역에 대해 주제를 선정해서 소개하는 방송이다.
오랜 친구인듯한 세 사람은 '성난 고사리단'이라는 그룹명을 비롯해 각각의 아이디가 식물명을 차용하고 있다. 무슨 이유인지 궁금한데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정주행을 꼼꼼히 하면 알 수 있으려나? 아무튼 세 사람은 세상의 모든 재미있는 것은 다 해보고 놀고 즐기는데 열정을 쏟고 또 그걸 재미있게 영업(?)해준다. 재미있는 소설의 도입부만 이야기하고 친절하게도 스포는 피해 가서, 흥미가 생기면 읽고 즐길 수 있다. 나도 벌써 몇 번 영업당하는데, 'One for The Money'라는 여성 수배 사냥꾼(?)에 관한 소설은 오디오북을 찾아서 듣기 시작했고, '던전엔 드래곤'이라는 trpg게임은 해보고 싶어서 수소문 중이다 (친구가 없어서 힘들 듯 ㅠㅠ). 내가 미리 접한 작품을 소개하는 에피소드는 새로운 시각으로 설명되는 것을 들으면서 추억에 잠길 수 있고, 전혀 관심 없는 분야에 대해서 들으면, 영업을 당하지는 않아도 저런 세상이 있구나, 하면서 시야가 좀 넓어지는 것 같다.
이 팟캐스트의 가장 큰 장점은 진행을 하는 세 사람의 개성적인 캐릭터. 관계성도 좋은 게, 셋은 두루두루 친한 관계이고 예의도 지킨다. 내가 불편해하는, 친한 사이에서 많이 하는 서로를 깎아내리는 농담이 없어서 참 좋다. 세 사람의 특징을 정리해 보자면:
약콩 -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깔끔하게 진행을 잘 함. 비디오 게임 마니아. 새로운 게임을 자주 시도함.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함.
선인장 - 매번 자기소개 멘트가 바뀌어서 재밌음.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음. 주식 투자자.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함.
김양치 - '드래곤 라자'로 날 '놀고놀'에 입문시켜 줌. 책, 만화, 애니, 영화, 등 눈으로 보는 것은 다 좋아함.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함.
결론은 세 명 모두 미스터리 소설 마니아 ㅋㅋ
또 하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 주제 선정이다. 예를 들어서 '조선 시대'라는 주제에 맞게 세 사람이 각각 하나의 작품 또는 게임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다만 어떤 주제이든 미스터리가 빠지는 적이 없는 듯 ㅋㅋ 뭐, 나도 좋아하니 대 환영이다.
코로나로 연말연시를 집에 혼자 있으면서 듣기 시작했는데,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게 많다는 걸 알게 해 준 고마운 팟캐스트다. 구독자가 적은 게 이해가 안 된다. 제발 구독자 수와 상관없이 오래오래 방송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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