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일상에는 늘 소리가 있었다. 샤워할 때도 라디오나 CD 플레이어를 들고 들어가서 가족에게 유별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은은한 조명에 음악을 틀어놓고 뭔가를 끄적이는 밤 시간을 아직도 즐기고 있다. 요새 집안일같이 단순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할 때, 산책을 할 때는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을 듣는데, 문득 내가 좋아하는 팟캐스트들 몇 개의 공통점을 깨달았다. 바로 여성 진행자 두 명이 하는 방송들이라는 점이다.
방송 초반부터 들었던 것 같다. 무슨 이유인지 김숙이 무한도전에 처음 출연했을 때 무척 비호감이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나중에 '최고의 사랑'에서 가모장적인 발언을 하는 시원시원한 성격의 그녀의 팬이 되고 말았다. 송은이(자꾸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데 친분이 없네)와 오랜 우정을 나누는 사이인 것도 그렇고 두 사람의 편한 관계가 방송에서도 느껴져서, 기분이 좀 가라앉을 때 들으면 곧 유쾌한 기분이 되곤 한다. 방송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두 사람이 팟캐스트 외에서도 성공가도를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닮아가고 싶다. 두 사람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이지만 작가들과 음악감독까지 있는 본격적인 체계가 잡혀있어서, 계속 신선한 포맷을 유지하는 점이 맘에 든다.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배우나 다른 연예인들과의 전화통화를 통해서 유행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따라갈 수 있어서 해외 거주하는 나에게 한국 대중문화를 따라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주에 한 번 월요일에 '개취독'의 새 에피소드가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며 벌써 이주일이 지났구나, 하고 화들짝 놀라곤 한다. 원래는 일주일에 한 번 업로드였다가 이주에 한 번으로 바뀌었을 때는 이주가 너무 길게 느껴졌는데,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개취독'은 두 명의 개성이 뚜렷한 진행자가 번갈아가며 책을 소개하는 구성으로 되어있는데 방송의 말미에 나오는 책 이야기 이외에 '하고 싶은 것 다해'라는 코너도 포함되어있다. 오랜 시간 방송을 들으면서 두 사람의 취향과 인생관,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알게 되어서 혼자 내적 친밀감이 쌓여서 그런가, 두 사람이 계속 행복하게 우정을 유지하며 방송을 유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에 듣기 시작한 '여자 둘이 토크합니다'는 팟빵을 켤 때마다 광고가 나오는 것을 꽤 오래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뭐 또 새로운 팟캐스트가 없나 랭킹을 확인하다가 낯익은 이름이 있어서 듣기 시작했는데, 바로 빠져들었다. 두 사람이 같이 사는 것, 같이 여행을 하고 일을 하는 관계가 처음에는 신기하다가, 이제는 이상적으로까지 느껴진다. 둘 다 말을 잘하고 글도 잘 쓰다 보니 방송이 참 매끄럽고, 내용도 꽉꽉 차있다. 혹자가 이 팟캐스트를 들으면 '마음이 점점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는데,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조금 똑똑해지고, 현명해지고, 여유가 생기는 느낌 혹은 착각이 든다. 위로를 받는 느낌인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난 누군가와 진지하게, 혹은 즐겁게 나누는 수다가 그리운 것 같다. 소위 베프라고 생각했던 인연들과 소원해진 후에는 누군가와 장시간, 여러 주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다른 이들의 수다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었구나. 힝, 조금 서글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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