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부터 중국어를 배우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가 지난주 처음으로 확 그만둬 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순수히 취미로 배우고 있지만, 늘 제자리인 실력 때문에 나 자신이 짜증스러웠다. 게다가, 선생님이 평소처럼 실수를 지적하실 때마다 나의 지적 능력이 평가받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좀 상했던 것도 같다. 사실 평소보다 조금 더 엄격하셨던 것도 같지만, 내 정신상태가 제대로이지 않았기에 그건 큰 상관이 없다고 본다. 중국어를 포기하고 싶게 된 원인을 분석해 보자면:
-퇴근 후 유난히 피곤했다.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기 전 30분 정도 일찍 컴퓨터를 켜놓고, 숙제를 하거나 단어를 외우는데, 그 과정을 생략하니 지난주 배웠던 것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른 일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상태였다. 솔직히 공부를 할 상태는 아니었지만 수업에 빠지긴 싫어서 습관적으로 참석했다. 워낙 소수가 참여하는 수업이라 내가 빠지면 빈자리가 너무 크다.
-집중을 못했다. 그러니 수업을 따라가지 못했다. 실수를 계속해서 계속 지적을 받고 자존심이 상했고 나중에는 발표나 질문도 하지 않게 되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내가 왜 중국어를 공부하는지 동기부여가 약해져 있었다. 평생 가지고 갈 취미로서, 언젠가 갈 중국 여행을 위해서, 또 교사로서 학생들의 시선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몇 가지 꽤 좋은 이유가 있었지만 지난주에는 하나도 생각이 안 났다.
이번 주도 역시 바빴고 피곤했고 수업 바로 직전에 급하게 저녁식사를 했다. 게다가 오늘은 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솔직히 주중에 시험공부를 거의 못했고,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었다. 결석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참석했는데, 뜻밖에도 정말 재미있는 수업이 되었다. 시험을 보고, 선생님이 채점을 해주시는데, 수업 시간이 30분이나 초과되었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다행히 선생님도 수업을 즐기시는 것 같았다. 틀린 문제를 복습하며 실수를 파악해하는 과정에 몰두하다 보니 2시간 반이 짧게 느껴질 정도였다.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지난주와 뭐가 달랐지?
-개인적으로 스트레스의 원인인 일이 몇 가지 해결이 되어서 기분 좋은 한 주를 보내고 있었다. 공부 외의 영역이 안정적이니 공부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 기분이 좋아서 지적을 받아도 기분이 거의 상하지 않았다.
-시험을 못 봐도 하나라도 더 배우자는 다소 낮은 기대감으로 수업에 임했다. 너무 높은 목표를 잡지 않은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한 것 같다. 선생님이 점수를 후하게 주셔서 (나 같으면 훨씬 더 점수에 짰을 텐데) 73%를 맞았다. 반이라도 맞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기에 진짜 기뻤다!
-일주일 동안 중국어를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계속해야 할 이유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목표가 확실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그중에 하나가 나 자신을 학생의 시선에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인데, 교사로서 격려, 칭찬, 동기 부여에 크게 부족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난 역시 뼛속까지 문과구나. 만일 전생이 있다면 평생 과거급제 공부만 하던 선비, 아니면 서당에 못가는 신분이라 한자를 배우지 못한 것에 한이 맺힌 사람이었으리라. 당분간은 중국어 공부를 재밌게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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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서 반성한 점 --> 노력할 점
- 점수에 짜게 채점하는 편이다 --> 가능하면 많은 점수를 줘서 더 열심히 공부하게 동기 부여하자. 점수보다 성취감!
- 실수를 많이 지적하는 편이다 --> 학생의 상태를 고려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서 큰 실수만 지적하자.
- 설명을 많이 한다 --> 학생들이 읽고 말하고 참여할 기회를 최대화시켜서 몰두하기 쉽게 돕자.
- 엄격한 편이다 --> 학생들이 많이 웃고, 수업을 기분 좋게 마칠 수 있도록 여유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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