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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애니] 책벌레 공주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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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한 화풍때문에 십년전 애니라고 해도 믿을 듯

애니를 너무 좋아해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평생 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지난 몇 년은 애니의 암흑기였다. 아무리 보려고 해도 재미있는 애니가 없었다. 한 분기에 몇 작품은 매주 챙겨보는 작품이 있기 마련이었는데, 점점 그 수가 줄다가 한동안은 애니를 전혀 보지 않는, 과거의 나로서는 상상도 못 했던 시기가 찾아왔었다. 이러다간 어렵게 배워둔 일본어를 써먹을 일이 없겠다 싶어서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이세계 회귀물에 질려있던 메마른 나의 애니 감성을 적셔줄 단비 같은 작품을 발견했다. 바로 '책벌레 공주'.

 

세련된 채색을 뺀다면 20년, 아니 그전에 나온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정통 순정만화의 비주얼에, 스토리도 순수 그 자체이다. 폭력 없음. 순애보 있음. 야한 것 없음. 무조건 해피엔딩. 줄거리도 제목 그대로이다. 책을 좋아하는 공주를 좋아하는 왕자님이 있고, 둘이 알콩달콩 연애를 하고 결혼에 골인~ 아직 끝까지 보진 않았지만 뭐 정해진 수순 아니겠는가? 물론 연애만 계속하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순정만화인 만큼, 독서왕 공주는 지식과 지혜로 국정에 도움이 되는 여러 조언을 한다. 왕자는 예쁘고 착한데 머리까지 명석한 공주의 조언을 들으며 현명한 왕으로 성장해나간다. 무조건 왕자의 사랑만 갈구하는 공주는 아니다. 그래서 좋다. 마음 편하게 예쁜 등장인물들의 잔잔한 희노애락을 감상하며,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것만으로 매주 챙겨볼 가치는 충분하다.

 

보고 나서 피로감만 높아지는 과격한 애니들은 한동안 멀리할 듯싶다. 아니, 할머니가 되기까지 계속 애니를 보려면 이런 작품만 골라서 보며 다음 작품으로 퐁당퐁당 이어가야 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