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외톨이 THE ROCK ! 봇치 더 락! (2022년 4분기)

이번 분기는 정말 오랜만에 다수의 애니를 매주 챙겨보고 있다. 오늘 또 한 편 더 보기 시작했는데 '외톨이 THE ROCK'이란 제목이다. 밴드 활동을 하는 여자애들 이야기라는 것은 포스터만 봐도 대충 짐작이 갔지만 제목이 약간 특이하다고 별로라고 생각했다.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선뜻 1편을 보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았는데 '봇치=외톨이'라는 단어 때문에 상당히 비주류적인 내용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K-On!'을 필두로 'Beck', '나나' 등 밴드가 나오는 애니나 만화는 거의 다 챙겨보는 편인데도 최근 일본 애니의 분위기가 내 취향과 멀어지는 것 같아서 큰 기대감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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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포스터... 보고나면 이유가 납득이 된다

오늘 이걸 보기 시작한 나의 동기는 아주 불순했다. 그저 하루에 한 포스팅을 계속하고 있는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글감이 필요해서, 어차피 나중에 보려고 생각해 두었던 이 작품의 첫 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4편까지 연거푸 정주행 해 버렸다. 보통 취향이 아닌 작품은 1화의 끝까지도 보지 않기에, 이 정도면 아마 끝까지 완주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속 나의 흥미를 당기는 요소들 몇 가지:

 

- 주인공 히토리는 극 내성적이고, 보통 밴드 애니의 매력적인 주인공과 거리가 멀다. '히토리'라는 이름 자체가 한 명, 혼자라는 뜻인데, 이름 그대로 친구를 한 번도 사귄 적이 없고, 사회성이 제로가 아니라 마이너스다. 매력은커녕 학교에서 존재감도 없고. 실수투성이에 센스 없고 겁쟁이이다. 이 캐릭터가 귀여운 핑크머리의 주인공이 아닌 남고생이었다면 더욱더 주인공으로서의 호감도가 낮았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귀여운 외모여서 망정이지 실사 영화였다면 정이 안 가는 주인공의 설정 때문에 연출에 골머리를 썩일 것 같다. 왜 난 실사화가 결정되지도 않은 감독을 걱정해주는 걸까?

 

- 주인공이 기타를 어마어마하게 잘 친다! 보통 밴드 만화나 애니라면, 주인공이 초보자로서 밴드에 들어가서 차근차근 기초부터 쌓아가는 과정으로 이야기가 시작하기 마련인데, 이 애니에서는 히토리가 1화 초반에  바로 기타 실력을 수준급으로 키워버린다. 인터넷상에서는 팔로워도 많은 나름 유명인일 정도. 안타깝게도 그게 다 혼자 집에서 틀어박혀서 중학교 3년 내내 연습한 결과였는데 결국 혼자서만 기타를 계속 친 것이다.

 

- 계속 주인공이 혼자서 외롭게 음악을 하는 모습만 보는 것이 답답해질 즈음, 드디어 밴드 멤버들을 만나게 된다. 밴드에 소속되는 꿈이 이루어져서 행복했던 것도 잠시, 히토리는 예상 밖의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기타를 엄청나게 잘 치지만, 합주를 한 적이 없어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대인공포증 및 무대 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관객 앞에서는 평소처럼의 연주가 불가능하다. 이런 난관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있어서, 이건 음악 애니가 아닌, 극내성적인 여고생의 성장기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 원작의 만화의 주요 독자층이 오타쿠라서 그런가? 작가가 사회성이 없는 독자들을 계몽하는 느낌마저 든다. 친구가 없으면 이렇게 한 번 해봐. 아르바이트도 좀 해보고, 아르바이트할 때 이건 이렇게... 넌 할 수 있어. 아자! 히토리가 하나씩 새로운 도전을 하며 사회성을 키워갈 때마다, 작가의 응원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회성은 늘어가는데 밴드 활동은 언제...?

 

- 계속 궁금한 점이 생긴다. 히토리는 작사를 할 수 있게 될까? 공연은 어떻게 해낼까? 히토리가 인터넷에서 유명인이라는 사실이 공연 때 관객을 부르는데 도움이 되려나? 물론 작품의 특성상 해피엔딩이겠고, 히토리는 무대에서 멋지게 연주를 하게 되겠지. 그런 결말을 알고 봐도 그 과정이 궁금해진다. 특히 아직 한 곡도 들어보지 못한 '결속 밴드' (히토리가 속한 밴드의 이름)의 곡 좀 들어보고 싶다고!

 

*별점 - 세 개 반

*한줄평 - 여고생 밴드 애니를 가장한 기타 천재의 사회성 향상 시뮬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