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롭게,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으로 알려진 이지선 작가의 두 번째 책을 우연히 블랙타운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올해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이 우리 동네 도서관에 와있다는 사실에 반가워서 냉큼 집어 들었다. 사실 그녀의 첫 번째 책은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인터넷으로 여러 번 접해서 알고 있다. 자동차 사고를 당해서 큰 화상을 입었지만 불행에 굴하지 않고 너무나도 밝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도,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서 교수가 되었다는 소식을 알고 있었다. 그저 대단한 사람, 나는 상상도 못 할 어려움을 이겨내고 멋지게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지금 멋진 모습이 엄청난 노력과 고민과 주변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는 걸 알게 되어서 그녀가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겪은 고통의 양은 평범하지 않지만, 그 내면은 늘 고민하고, 좌절했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었다. 엄청난 인격자라서, 신앙인이어서 세상에 희망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커리어도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무지막지한 노력과 인내와, 그 모습에 감동한 주변의 풍성한 후원으로 만들어진 성공이었던 것. 아니, 어떻게 풀 마라톤을 두 번이나 완주한단 말이야? 난 5킬로미터 뛰는 것도 기진맥진한데 말이다. 그녀의 가장 뛰어난 재능은 포기하지 않는 것임인지도 모르겠다.
책은 시종일관 누군가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친구와 이야기하는 가벼운 분위기로 유지되었는데, 책의 마지막의 프롤로그에서는 이제는 교수님이 된 그녀의 학구적이고 진지한 면이 담겨있다. 마지막 부분의 몇 페이지는 전체를 필사를 해서 두고두고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살다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인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게 내가 될 수도 있고, 벌써 나일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도, 그리고 나 자신도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다. 모든 게 삶의 일부분임을 빨리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 그것을 찾아낼 때 비로소 밀렸던 방학 숙제를 끝내듯, 작은 행복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발 나는 고통의 과정은 건너뛰고 배움과 성장에 도달하면 좋겠지만, 노력으로 어떻게 될 부분이 아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남의 행복과 불행에 나의 인생을 비교하지 말아야 한 다는 것.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나의 인생을 오롯이 살아내는 것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꽤 괜찮은 해피엔딩'은 읽고 나서 후회할 일은 없을 책이다. 저자가 기독교인이라서 기독교적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가 살짝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을 건너뛰고 읽어도 감동의 깊이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책의 제목이 해피엔딩이라서 이게 마지막 책인가 싶은데, 그녀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놀라움을 선사할지,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Lmigi16V8Ng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 원더 The Wonder - 줄거리 및 약스포 (0) | 2022.11.27 |
---|---|
[필사]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 - 저자 나가오 가츠히로 (0) | 2022.11.15 |
[애니] 외톨이 THE ROCK ! 봇치 더 락! (2022년 4분기) (0) | 2022.11.09 |
[애니] 천관사복 시즌 1 (2020) - 날 여러 번 놀라게 한 중국 애니 (약스포) (0) | 2022.11.05 |
[애니] 책벌레 공주 (2022) (1) | 2022.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