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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애니] 천관사복 시즌 1 (2020) - 날 여러 번 놀라게 한 중국 애니 (약스포)

사전지식없이 봤다면 끝까지 눈치 못챘을꺼야...                                    이게 BL이라는걸

 

매주 금요일에 참석하던 중국어 수업이 코로나로 인해 중지되었다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었든 즈음이었다. 이제 막 공부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는데 온라인 수업에 적응은 안 되고,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흥미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천관사복'을 보게 되었다.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 드라마와 애니를 통해서 재미를 느꼈던 기억이 나서, 뭐든 한 작품을 중국어로 정주행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즉, 재미가 없어도 꾹 참고 계속 보겠다는 단단한 결심을 한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천관사복'은 첫 에피소드가 흥미로워서 계속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연거푸 몇 번이나 돌려본 것 같다. 또, 쉬운 단어가 들려서 자막을 보지 않아도 뜻을 이해하는 부분이 나오면, 신기한 느낌에 돌려보기도 했다.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착한 신이 하늘에서 쫓겨 내려와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도록 점수를 따려고 (진짜 무슨 성적표 같은 점수 제도임) 여러 가지 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와중에 만난 산랑이라는 미청년과 힘을 모아 위기를 헤쳐나간다는 내용. 이렇게 쓰니 단순한데,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의 원인이 원한이 깊은 귀신들이라 꽤 고생들을 한다. 두 주인공들이 서로의 정체를 눈치챘으면서도 모르는 척 일상을 같이 보내는 모습이 흥미로운데, 둘의 미모가 워낙 뛰어나서 장작을 패건, 빗자루질을 하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무튼 재밌게 본 덕분에 중국어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끝까지 다 본 중국 애니가 되어준 고마운 작품이다.

 

시즌1을 끝까지 보면서 여러 번 놀랐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작화가 굉장히 수려하다. 애니라면 일본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본과 다른 작풍이라 그런지 몰라도, 색감과 캐릭터 디자인이 세련된

서 시종일관 눈이 즐겁다. 마지막 회까지 작화 붕괴도 없이 쭉 높은 퀄리티를 유지해준다.

 

- 시각적인 부분이 음악과 성우의 연기와도 잘 어우러져서 몇 번을 돌려봐도 질리지 않는다. 성우들의 연기가 과장되지 않고,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캐릭터의 본질을 꿰뚫어 본 기분마저 든다. 

 

- 애니의 세계관이 알쏭달쏭하다. 주인공이 한 때는 인간이었으나 착하게(?) 살아서 신령한 존재가 되는 복을 받고 하늘로 올라갔다가 몇 백 년이 지나서 하늘에서 쫓겨 내려왔다는 설정이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이게 중국 시대물에 자주 등장하는 설정인지, 아니면 이 작품만의 고유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데 아무튼 신선(?) 같은 존재가 인간과 섞여서 살다가 죽고 또 환생하는 걸 반복한다. 영혼을 그릇에 담아서 보존하기도 하고, 죽은 영혼을 또 죽이기도 한다. 주인공이 신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을 믿는 인간들이 올 수 있는 절 같은 곳도 있는데, 심지어 거기서 인간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문화가 이렇게 판이하게 다르다니! 여러모로 생소하게 느껴져서 문화 충격을 받았던 부분이었다.

 

-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있다. 단순히 시대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퇴마물. 거기다가 연애도 하는데...

 

- 눈치 없는 난 검색하지 않았으면 아마 몰랐을 부분인데, 원작이 BL이라고 한다. 애니에는 직접적인 묘사는 나오지 않아서, 별생각 없이 보았다면 사이가 아주 좋은 친구 사이라고 생각했을 것도 같다. 특히 자막이 번역되면서 은은한 표현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중국어를 못하는 나는 에이, 설마, 를 반복하다가 마지막 회에서나 잉? 하고 충격을 받았을 듯. 중국에서는 검열이 엄격하다던데, 애니의 수위 조절을 위해서 원작과는 다른 분위기로 제작된 것 같다.

 

- 내가 중국어로 된 애니 주제가에 빠질 줄이야. 애니 초반에 나오는 주제가 부분은 건너뛰지 않고 매 회 들었던 것 같다. 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애니 전반에 깔린 애달픔이 느껴지는 곡이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ZFcauMPhGIA 

 

고맙게도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으니, 계속 보다 보면 내 중국어 실력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시즌 2가 나온다는 소식이 작년부터 있었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 같다. 2022년은 다 지나갔으니 내년 초에 나온다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