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실수

라이브를 대하는 자세 - 가수 Ngaiire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무료 공연

친구의 친구 찬스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열리는 야외 공연을 다녀왔다. Ngaiire [나이리]라는 파푸아 뉴기니 출신의 가수가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꽤 규모가 큰 공연이었다. 이런 공연이 무료라니 의아했지만 내년에 개관 50주년을 맞이하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기념행사의 오프닝 공연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보는 게 주목적이었던지라 공연에 대해서 별로 알아보지 않은 채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기대보다 훨씬 풍성한 사운드에 오랜만에 귀가 호강을 했다. 코로나 창궐 이후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라이브 음악을 즐기는 게 이렇게 좋은 것이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살고 있었다.

 

오천여명이 모였다고 한다
오페라 하우스 개관 50주년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었다
Circular Quay의 야경을 보는게 얼마만인지

엄청난 가창력에 노래도 개성 있고 좋았는데, 야외 공연이라 가사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 나의 영어 듣기 능력이 부족한 것이겠지 동행했던 이들은 아는 노래가 나올 때마다 즐거워했는데, 예습을 하지 않은 나는 아는 노래가 나올 때 느낄 수 있는 반가운 즐거움을 몽땅 놓쳐버렸다. 문득, 몇 년 전, 전혀 모르는 재즈 밴드의 공연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잘 모르는 밴드 공연에 투자하기에는 저렴하지 않았던 티켓을 구입한지라, 열심히 밴드의 곡들을 들으며 공연 날짜를 기다렸었지. 그래서 아는 곡이 나왔을 때 더 흥이 났고, 원곡과 라이브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오늘의 공연은 무료 티켓이라서 그런가, 공연을 최대한으로 즐겨야겠다는 뽕을 뽑아야겠다는 투철한 본전 찾기 정신 이 부족했고, 그로 인해 아쉬움이 남았다. 공연 티켓이 얼마이든, 공연하는 사람이 누구이든, 모든 라이브 공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많은 이들의 소중한 재능이 모여서야 비로소 완성되는 라이브 공연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잘못되어도 한 참 잘 못 되었음을 깊이 반성한다. 뒤늦게나마 Ngaiire의 곡들을 들으며 반성의 글을 끄적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v3K2c1cBpE&list=OLAK5uy_llKUTJm9aV2fSdyMudqcw58Wi12ENbv4I&index=9 

실수: 무료 공연이라고 공연자의 음악을 미리 들어두지 않았다. 원래 기대하고 기다리는 그 시간도 공연의 즐거움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임을 잊고 있었다. 어떤 공연도 가볍게 여기지 말자. 많은 이의 시간과 재능과 노력과 돈이 투자된 귀한 시간임을 잊지 말자.

 

개선점: 어떤 공연이라도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최대한 즐거움을 찾자. 미리 아티스트에 대해 조사하고, 음악도 들어보고 가사도 미리 읽어보자. 새로운 아티스트를 알아가는 기쁨을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