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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호주 프레쉬 HojuFresh - 배송 후기

인터넷에서 한국 배송에 관한 글을 접하면 늘 신기하고 부럽다. 저렴하고 빠른 배송을 받을 수 있다니! 음식 배달을 어쩌면 저렇게 자주 시킬 수 있지? 호주는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배달보다는 픽업을 선호한다. 피자를 인터넷에서 주문하고 내가 시간 맞춰서 가져오는 식이다. 최근에는 Uber 같은 음식 배달 회사가 몇 군데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은데, 난 배송은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해서 아직 시켜보지 않고 있다. 호주에서 음식 배달을 시킨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럼 오늘이 호주에서 첫 택배를 받은 날이 되겠다.

 

6월 말 록다운이 시작되고, 산책과 쇼핑을 제외한 모든 외출은 삼가는 중이다. 요새는 산책도 하지 않는다. 과일과 채소를 사려고 Aldi에 몇 번 가긴 했는데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게 신경 쓰지 않는 게 은근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Woolworths에서 온라인으로 구입하고 차에까지 실어주는 Direct-To-Boot 서비스로 이주에 한 번씩 장을 보고 있다. 혼자 먹을 거라 대량 구매하기도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자주 쇼핑을 하기도 싫어서 고민하던 차에 고추장이 떨어졌다. 집 근처에는 한국 식품점이 없고 중국 식품점에 한국 음식을 팔긴 하지만 픽업이 안된다. 검색을 해보니 시드니 지역에 배달되는 한국 식품점이 몇 곳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규모가 커 보이는 호주 프레쉬에 주문을 해보기로 했다.

호주 슈퍼에는 팔지 않는 다양한 한국 라면, 떡볶이, 김밥 재료를 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100불 이상만 배송 가능하고 150불 이상이면 배송료 50% 할인, 200불 이상이면 배송료 무료라고 했다. 배송료는 지역마다 차이가 나는데 시드니 근교라면 대부분 $10. 10불을 내면 내가 가지 않아도 된다니 아깝지가 않다. 꼭 코로나 시국이 아니더라도 교통비와 시간을 생각하면 한국 식품점이 근처에 없는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맘 같아서는 200불어치를 주문하고 싶었으나 냉장고가 작고, 또 냉동고는 더 작아서 100불만 주문하기로 했다. 8월 4일에 주문했는데, 다들 나 같은 마음인지 배송 가능 날짜가 3주 후인 23일로 나왔다. 크리스마스인 양 손꼽아 기다리다가 드디어 오늘 배송이 왔다!

 

야채 같은 품목은 무게에 따라서 가격이 약간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해서 직전에 명세서를 보낸다고 했는데, 어제저녁에 배송 당일에 확인 문자가 오고 오늘 오전에 결제 문자를 받았다. 결제 방법은 현금 (잔돈 맞춰서 내야 함), 현장 결제, 온라인 결제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온라인으로 결제했다. 오후 3시쯤 배송기사님께서 전화가 하시고 문 앞까지 가져다주셨다.

너무 기뻐서 비닐봉지를 정리하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라면에, 떡볶이에, 김밥 재료에, 냄비 요리용 야채까지 다 모여있다. 라면은 너무 많이 산 것 같긴 하다. 내 인생에서 라면을 이렇게 쟁여놓은 건 처음이다. 라면이 많으면 마음이 이렇게 든든하구나. 작은 냉동고에 냉동식품을 꽉꽉 넣고, 사진 속의 야채와 어묵, 청양고추를 넣어서 고기 없는 샤부샤부를 해 먹었다. 꿀 맛!

 

그런데 저녁에 가계부를 확인하며 뒤늦게 물품 목록을 옮겨 적다가 보니 빠진 물품이 두 가지가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아, 배송받았을 때 바로 봉지를 풀어서 확인해 봤어야 했는데 첫 택배에 너무 흥분해서 미쳐 생각하지 못했다. 저녁을 먹고 한 참 후에야 문자와 카톡으로 연락을 했는데 곧 전화로 환불을 된다는 연락이 왔다.

 

혹시 이 글을 읽고 호주 프레쉬에 구매를 하기로 한 누군가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당부사항 몇 가지:

 

- 냉장고와 냉동고에 음식이 들어갈 충분한 자리가 있나부터 확인할 것.

- 배송이 밀려있으니까 빨리 주문하자. 일단 배송일 확보부터. 전날까지 물품 추가할 수 있다고 함.

- 물품 리스트가 이메일로 오니까 귀찮더라도 배송받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