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 여자 월드컵 32강 H조 대한민국 대 콜롬비아 경기를 보고 왔다. 월드컵과 한일전 때만 축구에 관심이 생기는 간헐적 축구팬인지라, 축구에 대한 지식은 얕디 얕지만, 대한민국을 응원하려는 마음은 가득했다. 티켓에 대중교통비가 포함이 되기 때문에,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으로 가는 발걸음이 더 가벼웠다. 꼭 이겨야 하는데, 꼭 이길 거야. 내 빨간 외투와 대비되어서 그런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더 파랗게 보였다. 기차 안에서 빨간 옷을 입은 동양인들을 많이 보지 못해서, 한국관중들이 많이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Central 역에서 Light Rail을 타고나서야 약간의 빨간 옷들이 보였다. 그에 비해서, 노란 옷을 입은 콜롬비아 사람들은 엄청 많게 느껴졌다.
여유 있게 자리를 찾고 경건한(?) 마음으로 시합에 임하기 위해서 (승리의 기도를 드리고 싶었다) 1시간 정도 일찍 입장했다. 사람들이 많이 와있었는데, 계속 음악이 흐르고, 스크린에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MC들 덕분에, 설렘과 흥분은 점점 고조되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오랜만에 애국가를 불렀을 때 나의 긴장감은 최고치를 찍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스타디움이 점점 차기 시작했는데 경기가 끝날 즈음 스크린에 관람자 수가 24000여 명이라고 나왔다. 멀리 떨어져 있는 붉은 악마들의 응원소리에 맞춰 '대~한 민 국!'을 외치고, '오 필승 코리아'를 불렀다. '가즈아~'도 외쳐보고, '중꺾마'도 외치며 선수들이 내가 앉아있는 쪽에 올 때마다, 내 목소리에 힘을 싣었다. 주변이 다 노란색 콜롬비아 팀으로 둘러싸였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수없이 되뇌며 혼신을 다해 응원했다.
그러나 결과는 2 대 0. 전반에 2골을 먹고, 그 이후 회복을 하지 못했다. 콜롬비아 골키퍼가 너무 잘했고, 선수들이 거의 20대 초반인 듯 한 콜롬비아의 기세를 꺾을 수 없었다. 속상했지만 그게 스포츠이지 않는가. 실력과 운이 다 따라줘야 승리의 여신이 미소를 지어준다.
시드니에서 월드컵을 볼 기회가 또 올까 싶어서 더욱 특별했던 날이었다. 비록 승리는 못했지만, 목소리를 쉬어가며 최선을 다해 응원을 한 것에는 후회가 없다. 제발 다음 두 경기에서는 오늘 보다 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느낀 점:
- 경기가 시작하기 전의 긴장감과 흥분을 더 즐기자. 스타디움은 미리 갈 것. 그냥 앉아만 있어도 흥분되고 좋다.
- 먹을 것을 더 많이 가져가자. 배가 고프면 응원을 못함. 소리를 지르고 태극기를 흔드는 것에도 체력이 필요하다.
- 사랑하는 가족과 같이 가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행복했다. 다음에도 혼자보다는 누군가 같이 가자.
- 소리 질러서 응원을 하니 스트레스 해소에 좋았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괜찮은 상황이 흔치 않은데 스타디움에서는 괜찮음!
- 다음에 또 가고 싶다. 시드니 한국 대표팀이 다시 오면 또 응원하러 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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