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책을 발견했다. 특이하게도 사진이 아닌 귀여운 일러스트를 곁들인 부담 없는 두께의 책이다. 민트색 표지도 취향 저격이고 성공 보장이라는 제목에 바로 따라 하고 싶어졌다.
미적 감각이 많이 부족한 편인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차피 잘 꾸미지도 못하니까 여백의 미를 즐겨보자는 주의였다. 이사를 하기 전부터, 혼자 살게 되면 텅 빈 집에서 미니멀하게 살리라고 결심했었다. 가구는 내가 옮기지 못하는 것은 들이지 않기로 했기에 많이 들이지 않았다. 작고 분리되는 식탁, 부모님 댁에서 미움받던(?) 오래된 1인용 소파 3개와 작은 테이블. 책상 대신으로 쓰는 야외용 접이식 테이블, 책상 의자. 침대와 세탁기는 내가 혼자 옮기지 못하기에 과감히 생략. 냉장고는 가능한 제일 작은 걸 샀지만 어쩔 수 없이 내가 혼자 옮기기에는 좀 버거운 무게이다. 하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타협.
이렇게 필요한 가구만 놓고 별다른 소품들을 두지 않고 지내보니 점점 너무 썰렁하게 느껴졌다. 여백의 미도 좋지만 생기가 없는 느낌이었다. 미니멀리스트라는 정체성 외의 나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아서 재미없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라서 그림이나 사진이 든 액자 등 자잘한 소품을 장식하는 내용을 포함 내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부분이 좀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도움이 되는 팁을 꽤 얻었다. 그중의 하나가 '현관부터 시작하기'이다. 현관은 집안의 첫인상을 담당하기도 하고 원래 가구가 많은 곳이 아니라서 작은 변화로 인상을 바꿔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현관에 들어섰을 때 대각선 상에 보이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집의 인상이 바뀐다고 했다. 오호, 이거 좋은데? 바로 현관 앞에 가서 대각선 상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고정될 만 한 곳이 확실히 없었다. 일단 부모님 집에서 업어온 모서리 선반을 현관 대각선 상에 옮겨두고는 뭘 배치할까 고민해봤다. 플랜테리어?
엄마가 분양해주신 화분 중에 제일 생기 있는 초록이를 모서리 선반에 놓아봤었는데, 화분이 너무 작아서 그런가 시선이 확 끌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이후 며칠은 화분을 하루에 한 번 씩 바꿔보며 뭐가 제일 어울리는지 살펴보았다. 기분 전환은 되는데 화분 옮기는 게 꽤 번거로웠다. 플랜테리어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좀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방구석에 놓여있던 기타가 시선을 잡았다. 이어폰을 끼고 치는 기타라 디자인이 특이해서 장식품으로 보일 것도 같았다.
아무튼 현관에 들어서면 대각선 방향에 시선이 둘 곳이 생겼다. 그 전보다는 확실히 개성적인 공간이 된 것 같다. 벽에 있는 선반 위에도 소품을 주기적으로 바꾸며 '미술관 놀이'를 즐기고 있다. 록다운 중이라 집 안에 손님이 들어올 일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현관을 들어오는 순간에 내 시선이 좋아하는 물건에 머물게 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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