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후 누가 문을 두드렸다. 록다운 중인데, 택배인가 하고 내다보니 누가 비닐에 담긴 책을 한 권 놓고 갔다. '****도서관이에요. 책 신청하셨죠?' 록다운 중이라서 도서관이 문을 닫았음에도 신청한 책을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있었나 보다. '안 했는데요'라고 말을 하며 책을 내려다보니, 오메, 내가 신청한 책이 맞잖아! '네, 맞아요. 감사합니다!'라고 소리치고는 바로 책을 비닐에서 꺼내 들었다.
록다운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하던 서너 달 전,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마션'의 작가의 다른 작품이 영화화된다는 기사를 접했다. 주인공이 무려 라이언 고슬링!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는 아닌데, 뭔가 많은 자본이 투자될 것 같은 지명도의 배우이다 보니 기대감이 생겼다. 사실, 성인이 된 후에는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은 매일 보면서도 책은 거의 읽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책을 천 권 가까이 읽으면 머리가 트인다던데, 난 일 년에 한 권을 읽을까 말까. 독서량을 늘리고 싶은데 관심 가는 책이 잘 없고, 영어책을 읽는 속도가 느리다. 한국 책이라면 술술 읽을 텐데 여기 도서관에 있는 한국 책들은 두꺼운 소설책들 뿐이라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솔직히 이거 다 핑계다. 그냥 책을 읽는 습관이 없어서 그렇다. 아무튼, 록다운 동안 읽을 책이 하나 생겨서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내가 책도 읽고 (사실 3분의 2밖에 못 읽고 도서관에 반납해야 했다) 영화도 보고 오디오북도 들을 정도로 좋아하는 '마션'의 작가가 쓴 작품이니 당연히 재밌을 것 아닌가? 거기다가 영화화까지 결정되었으니 나 말고 재밌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일 테고. 그래서 내용에 대해서 하나도 모른 채, 자기 전에 하루에 몇 페이지씩 읽기로 했다.
독서 습관을 들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첫 몇 페이지를 읽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다. 거기다가 제목과 표지처럼 무슨 내용인지 쉽게 파악이 안 되어서 알쏭달쏭한 상태였다. 스포 없이 간단하게 내용을 적자면, 우주와 과학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주인공이 (마션과 같다) 생사를 가르는 위기에 처하고 (마션과 같네)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션과 같군) 내용이다.
아무튼, 요 며칠 자기 전은 졸음과 싸워가며 페이지를 넘길 정도로 재미있게 읽고 있다.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방법 중 하나가 대중문화를 잘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먼저 읽고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상상하다가, 그 상상을 뛰어넘어주는 영화를 보게 되는 기쁨은 꽤 크다. 너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려나? 아무튼 책 읽는 재미를 다시 느끼게 해 준 고마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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