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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고집 센 동네 고양이

 

며칠 전 깜빡하고 뒷문을 열어두고는 출근을 했다. 퇴근하고 보니, 후다닥 딴 집 고양이가 집 밖으로 도망친다. '누구야!' 소리를 지르며 쫓아가보니 우리 골목에 사는 엘라라는 고양이이다. 길고양이였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너무도 자기 집처럼 행동을 해서 입양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예사롭지 않은 녀석이다. 

 

사실 엘라의 첫인상은 좋은 편이었다. 나에게 다가와서 귀엽게 야옹거리는 검정고양이라니!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윤기가 흐르는 검정 털의 엘라는 언듯 보기에는 순하고 사람을 좋아하게 보였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쇼핑백의 고양이가 생각나서 같이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었다. 엘라의 목걸이가 마침 가방과 같은 보라색이라 더 비슷하게 느껴진 것 같다.

가끔 우리 집 마당에 나타나서 우리 고양이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데도 한참을 있다가 가곤 하는데 이 날은 좀 달랐다. 하루 종일 우리 집 안에서 시간을 보냈더니 이제는 자기 집인 줄 안 건가? 아무튼, 후다닥 도망갈 때는 언제고, 또 금세 돌아와서 집에 들여보내라고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큰 목소리, 낮은 목소리, 무서운 목소리, 다양하게 녀석을 협박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호스로 물을 뿌려볼까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우리 고양이가 밖에서 누구에게 물세례를 받으면 속상할 것 같기 때문이다. 큰 소리로 놀라게 하려고 박수를 여러 번 쳐봤지만 미동이 없었다. 문 앞에 앉아있다가 이제는 아예 손잡이에 가까운 곳으로 뛰어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야, 빨리 집에 가!' 화가 나서 크게 한 마디 하자, 이 녀석이 갑자기 냥펀치를 휘둘렀다. 헉, 나를 공격하다니! 나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작년에 길고양이 만지다가 손을 심하게 물린 이후로는 우리 집 고양이 외에는 만지지 않고 있는데, 그때의 충격이 떠올라서 움찔했다. 엘라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건지, 그저 내가 만만하게 보인건지, 고양이 한 마리를 어쩌지 못해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집 안에서 무서워하는 고양이 두 마리를 생각하면 뒷문 대신 앞문으로 집에 들어갈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한숨을 쉬웠다.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 느껴지기로는 그보다 몇 배는 길었지만, 결국 엘라는 포기하고 담장 밑으로 사라졌다. 집 안에 간신히 들어와 보니 옷 장 앞에 햇살이의 털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아마도 엘라와 한 판 몸싸움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게 다 뒷 문을 열어두고 집을 비운 내 잘못이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고집이 세면 어찌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