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확하게 기억한다. 4월 15일 대전 할머니댁에서 삼촌이랑 한화와 신세계 경기를 같이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한화팬이신 삼촌이 선수들 설명을 잘해주시기도 했고 한화가 경기를 이겨서 기분이 좋았다. 그때부터 한화 경기를 매일 빠지지 않고 보고, 사정이 안되면 실시간 스코어를 확인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한화가 플레이오프를 이기고 19년 만에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게 되는 순간을 지켜보게 되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시리즈가 막상막하였기 때문에 솔직히 오늘 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11:2라는 놀라운 스코어로 승리를 했다. 한국 시리즈를 승리한 것도 아니고 진출만 한 것인데도 눈물이 났다. 경기가 끝나고도 릉분이 가시지 않아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게 한 팀의 팬이 된다는 거구나? 한일전에서 한국을 무조건적으로 응원하는 느낌,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한국을 응원하는 느낌과 비슷했다. 대중문화를 즐기면서도 누군가의 열렬한 팬이 되어 본 적이 없는 내게 한화에 대한 팬심은 알쏭달쏭한 감각이다. 한화의 팬이 되고 나서 달라진 내 일상의 부분들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 야구경기가 있는 시간은 되도록 일정을 비워둔다. 경기가 바로 내 일정이다.
- 야구 경기가 없는 날은 시간이 여유롭고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 주변 사람들에게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한다.
- 경기 결과가 좋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활기차다! 반대로 나쁘면 왠지 기운이 없다.
- 한화의 팀 색인 주황색이 좋아진다. 나도 모르게 주황색 물건에 끌린다. 전보다 판타를 많이 마시고 당근이 더 좋아졌다. 주황색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 우리 팀이 이긴 날은 한화 야구모자를 쓰고 외출한다.
- 한화팀 해외단톡방에서 활발히 교류한다.
- 야구 관련 유튜브 채널과 팟캐스트를 구독한다.
- 야구를 좋아하는 삼촌들, 사촌들과 야구 이야기로 자주 톡을 한다.
- 어린 조카들에게 야구를 보여주며 흥미를 갖도록 설명해 준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야구를 ‘종교’나 ‘애인’으로 바꿔도 성립될 것 같다. 나에게 열렬히 열정을 쏟을 대상이 필요했는데 그 자리를 한화 이글스가 채워준 것일까?
내일 엘지와의 한국 시리즈 1차전 경기가 있다. 그 바로 직전까지 어제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한화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며 최대한으로 승리의 여운을 즐기려고 한다. 경기가 시작하면 또 조바심을 내며 응원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전까지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충전을 해두어야 한다. 야구가 뭐길래 나를 이렇게 기쁨과 절망의 골짜기 사이를 왕복시키는 걸까? 팬심이란 연애와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랑인가? 일단 그렇다고 해두자. 한화가 26년 만에 우승을 하는 모습을 꿈꿔본다. 아이 러브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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