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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중드] 일생일세 - 완결/스포/감상

30편이나 되는 '일생일세'는 내가 완결까지 챙겨 본 첫 중드가 되었다. 중국 영화는 가끔 본 적이 있지만, 중국 드라마는 시작 몇 편만 보고 바빠서 잊어버리거나 흥미를 잃어서 한 번도 결말을 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일생일세'가 내 취향을 저격했다는 뜻이다. 거기에다 요새 중국어 공부에 재미가 붙어서, 드라마를 보다가 알아듣는 단어나 문장이 나오면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한 몫했다. 배움의 뿌듯함은 꽤 중독성이 있거든.

 

출처: iQiyi

여기서부터는 줄거리 및 스포:

 

한 문장 요약: 전생에 안타까운 결말을 맞은 연인이 현대에 환생해서 알콩달콩 연애하고 신혼을 만끽하는 이야기.

 

물론 수많은 난관이 있고, 꽤 위험하고 극적인 전개도 펼쳐진다. 일단 둘은 전생에서 불리던 이름을 환생 후에도 그대로 갖고 있는데,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의 이름에 끌려서 먼저 헌팅(?)을 한다. 공항에서 무작정 이메일 주소를 물어본 것 ㅋㅋ 그 후 6개월 동안 이메일만 주고받다가, 출장지에서 만나게 되고, 여주는 남자에게 홀딱 반한다. 남주는 집안 사정으로 결혼을 해야 하는데, 여주에게 호감 이상 사랑 미만의 감정을 가지고 프러포즈를 함. 그 후에 점점 여주를 사랑하게 된다. 무뚝뚝한 남주의 어설픈 애정표현이 그저 귀엽기만 한 여주는, 특유의 발랄함과 사랑스러움으로 남주를 사로잡는다. 둘 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이루고 나이도 차서 결혼하기에 장애물이 없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남주 집안이 그녀와의 결혼을 결사반대한다. 하지만 둘은 먼저 혼인신고를 하고, 여주는 남주 집에 머물며 며느리로 인정받으려 고군분투한다. 다행히 시어머니 빼고 대부분 다른 식구들은 다 그녀에게 잘해준다. 점점 남주 집안의 복잡한 가정사가 밝혀지는데, 남주 남동생의 부인이 원래는 남주의 약혼녀였던 것, 남주와 남동생의 간의 라이벌 의식, 남주 어머니가 사실은 새어머니이고, 남주의 형제들은 사실 남주와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주는 그동안 고생했을 남주를 더 이해하고 사랑해주려 노력한다. 그러던 중, 그녀의 신변에 몇몇 사고가 일어나고, 남주의 여동생이 심장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여동생의 치료시기를 놓친 것과 여주와 관련된 사건들이 다 남주를 시기한 남주 남동생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남주는 분노하고, 남동생은 경찰에 연행되게 된다. 체포되기 전 할머니를 만난다는 핑계로 할머니와 같이 있던 여주에게 접근한 남동생은 사과 깎던 칼(!)로 여주를 인질로 삼고, 여주는 남주를 구하려다 부상을 입고 식물인간이 된다. 여주의 부모님은 남주에게 이혼하라고 하지만, 남주는 끝까지 곁을 지키고, 1년도 안돼서 여주는 다시 깨어나고, 둘은 행복하게 잘 산다.

 

이렇게 요약해보니 막장 드라마의 기운이 넘치지만, 보고 있을 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영상도 참 예쁘고 30회나 되어서 전개가 빠르지 않았다. 감정선을 천천히 따라갈 수 있고, 일일 드라마에 나올 법한 일상의 장면들이 많아서 힐링이 되고 좋았다. 사실 30화 전체를 다 각 잡고 화면 앞에 앉아서 본 게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부분도 많다. 나중에 중국어 실력이 좀 늘면 한 번 더 볼까 생각 중이다.

 

나만의 감상들

- 남주 남동생이 사과 깎는 칼로 여주를 인질로 삼는 장면이 정말 뜬금없었고, 그만큼 반전으로 느껴졌다. 그전에 남주 남동생의 전부인이 사과를 깎는 장면이 나오는 데, 그녀가 사과를 깎다가 급히 자리를 뜨는 장면을 슬로 모션으로 보여 준 것이 나중에야 생각났다. 아, 얘가 일부러 칼을 놓아두었나? 전남편이랑 짜고? 계획된 인질극? 원작 소설이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 드라마 내내 전생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회상씬도 꽤 많이 등장한다. '주생여고'라는 작품이라는데 찾아볼 예정.

- 조연으로 나오는 배우들은 전생에서 어떤 역할이었을까 궁금하다. 특히 남주의 변호사 역으로 나오는 절친이 여주를 짝사랑했는데, 전생에서는 어떤 역이었을까? 대사 중에, 전생에 '남주'에게 빚을 많이 져서 이번 생에서 갚고 있나 보다라며 농담하는 장면이 나온다.

- 전생에서 잘하던 붓글씨, 전통악기 연주, 시 쓰기 등을 환생하고도 그대로 잘한다는 설정이 재밌었다. 중국은 일상적으로 전통악기나 붓글씨를 쓰는 걸까? 문화혁명 때 다 없앤 것 아니었나?

- 여주의 이름이 Shi Yi인데 숫자 11과 동음어이다. 죽어가던 남주 여동생이 남주와 이야기를 할 때 남주 손에 손가락으로 11을 써서 왜 저러나 했는데 여주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중국어를 알아야 이해가 가는 장면이 이것 말고도 많았겠지?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듯.

- 여주와 남주의 패션이 좋았다. 다 명품이겠지? 둘이 같은 옷을 두 번 입은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둘 다 부유한 설정이라 현실성은 있음.

- 중국 패션에 모자가 참 중요한 것 같다. 다른 옷들은 대부분 세련되고 위화감이 없는데, 여주 및 조연들이 쓰고 나오는 모자에 문화적 차이를 느꼈다. 한드나 일드에서는 여주가 모자를 잘 안 쓰는데, 중드에서만 보는 모습이다.

- 중국어에는 외래어가 별로 없다! 한드나 일드는 영어를 자국어식으로 발음하는 단어들이 넘쳐나는데, 중국은 그런 게 없어서 거슬리지 않아 좋음. 아마 북한 드라마도 이런 느낌일 것 같다.

 

출처

색감이 참 이쁜 드라마이다. 패션보는 재미도 있었음

- 주제가를 30번이나 들었지만 귀에 감기고 질리지 않았다. 삽입곡들도 다 괜찮아서, 가사를 공부해서 불러보고 싶은 마음이 마음만 있다. 포스팅하다가 검색하니 이런 걸 찾음. 병음이 표기되어 있어 따라 부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Om0qmjrkVQ 

주생여고 + 일생일세 OST 1시간 연속 재생

오래전 처음 일드를 접했을 때 느끼던 설렘을 이 작품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언어를 조금씩 배우는 재미도 있고, 모르던 문화를 접하는 신선함이 참 오랜만이다. 전생의 이야기를 다루는 '주생여고'도 빨리 찾아보고 싶은데, 언제 시간이 나려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