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로리안 시즌 1의 5편까지 보고 난 후 흥분에 휩싸여 블로그에 글을 올렸었다. 혹시나 나머지가 재미없을 경우를 대비해서 일단 써두고 보자는 마음이 컸다. 그리고 6편을 봤는데, 아이코, 내가 또 딴짓을 하고 있네. 역시 점점 재미가 없어지는 건가 보다. 일단 보기를 멈추고 다른 작품을 검색하는데, 만달로리안의 메이킹 다큐멘터리가 보였다.
마침, 여러 외계인의 디자인과 컴퓨터 그래픽, 로봇 등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궁금하던 차라, 이거라도 보자고 생각했다. 각본가와 함께 각 에피소드를 나눠서 연출한 4명의 감독의 인터뷰를 보다 보니 다시 흥미가 생겼다. 각 감독의 개성이 에피소드마다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도 알게 되었고, 또 다들 스타워즈를 보고 자란 세대라서, 스타워즈 세계관을 공유하는 만달로리안의 제작에 참여하는 것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6편을 다시 꾹 참고 봤는데, 휴. 7편부터 다시 엄청 재밌어졌다. 시즌 1의 마지막 편인 8편까지 다 보고, 이틀에 걸쳐 시즌 2도 다 보고 말았다. 솔직히 딴짓을 해서 놓친 장면을 다시 보느라 시간이 더 걸리긴 했는데, 그만큼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고, 날 무려 16편이나 되는 에피소드를 정주행 하게 만든 만달로리안의 매력에 대해서 지난 글에 이어 추가로 정리해 보려 한다.
- 각 에피소드가 1시간이 되지 않는다. 내용이 별로 없는 게 아닌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편집되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루한 장면은 다 쳐내서 보다가 지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같이 집중력이 짧은 시청자에겐 안성맞춤.
- 줄거리가 복잡하지 않다. 이해하기 쉽고, 갈등의 구조도 단순하다. 선과 악의 기준이 현대 지구인과 다를 뿐, 스타워즈 세계관 속에서의 권선징악은 유지된다.
- 로맨스 없고 야한 장면도 없다. 그런데도 재밌다는 건 정말 잘 만든 거다. 이게 없어서 아쉽다면 할 말 없지만.
-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온다. 시즌 1이 외계인 및 괴물, 괴수들들 보는 재미가 있었다면, 시즌 2는 새로운 로봇과 갑옷 디자인을 볼 수 있어 눈이 즐겁다. 디즈니가 원래 인종의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여성 등장인물의 비중이 높아서 정말 맘에 들었다. 유색인종 배우들도 많이 나오는데 단역뿐 아니라 비중 있는 역할도 많이 맡고 있다. 생각해보니 5명의 감독들도 백인 남성 둘, 백인 여성, 흑인 남성, 동양인 여성으로 상당히 PC한 배분이다.
- 액션이 깔끔하고 피가 나오지 않는다. 피의 유무가 꽤 중요한데, 꼬마 제다이 그로 구 (서울시 구로구 아님)를 지키기 위해서 살해당한 무수한 스톰 트루퍼들과 외계인들에 대한 죄책감을 그나마 줄여준다. 로봇들은 죽어도 피가 나오지 않고, 스톰 트루퍼들은 갑옷 때문에 피가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꽤 잔인한 장면들이지만, 카메라는 잔인함보다는 액션의 통쾌함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하게 해 준다.
- 떡밥 회수를 잘한다. 초반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의 재활용도 잘하고 사소한 설정도 나중에 다시 이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만달로리안 자체가 스타워즈 세계관의 재활용이긴 하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설렁설렁 본 게 다지만, 낯익은 등장인물이나 도구가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 주인공인 인간미를 되찾고 변화되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흔한 서사이긴 하지만, 난 눈물을 흘려버렸다 ㅠㅠ
시즌 3가 내년 2월에 나온다는데 제발 이대로만 쭉 재밌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제작 다큐멘터리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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