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어느 날 나타난 핑크 트럭을 몇 번 지나쳤는데 어느 날은 Breast Screen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 들었던 팟캐스트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은 친구를 위로하던 여성도 유방암 진단을 받고 같이 투병을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두 여성 중 한 명은 출산 경험이 없었고, 다른 한 명은 아기 엄마였는데, 유방암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약간의 공포감이 생겼던 차였다. 집에 돌아와서 예약을 하려다가 까먹고 며칠 후에 연락을 하니, 그 트럭이 이제 우리 동네를 떠난다는 말과 함께 다른 곳에 예약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집 근처에 모처럼 왔을 때 미리 좀 할 걸. 후회를 뒤로하고, 다시 예약을 했다. 다행히 일주일 후 일요일 오후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장소도 파라마타 웨스트필드 쇼핑센터의 여성 속옷 매장 옆이라서 기억하기도 쉽고, 다른 볼 일을 보기에도 용이했다.
예약을 한 며칠 후 편지로 확인 문서가 왔는데 주의 사항이 몇 가지 쓰여있었다.
- 크림이나 데오도란트를 사용하지 말 것. 검사 결과가 부정확하게 나올 수 있다고 한다.
- 상의 탈의를 해야 하므로 원피스 종류가 아닌 상의와 하의가 분리된 옷을 입고 올 것.
그리고 한 가지. 편지에 쓰여있었으면 좋았을 것도 하나 있는데, 꼭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가져와야 한다는 것.
일회용 마스크를 주긴 하는데, 집에서 가져왔으면 일회용 마스크 사용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쉬웠다.
보통 예약 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 호주의 병원이나 다른 시설에 익숙한 편인데, 내가 방문한 검사소는 거의 시간대로 검사가 진행되었다. 가슴을 세게 눌러서 아프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는데, 내 경우에는 자세를 잡느라 몸을 뒤트느라 목과 팔이 아팠다. 하지만 보통 4장의 사진을 찍는 것이기 때문에 (난 사진 하나가 잘 안 나와서 한 장 더 찍음) 시간이 길게 걸리지는 않아서 참을만했다. 사진이라고 표현했지만 엑스레이이다. 방사선이 살짝 걱정되긴 했지만, 2년에 한 번 하는 검사라고 하니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친절한 방사 전 기사님이 처음 검사를 받은 사람은 간혹 재촬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너무 놀라지 말라는 말을 해주시며, 2년 후에 검진 오는 것 잊지 말라고 무료 검사소의 로고가 찍힌 작은 거울, 펜과 손톱 파일이 들어있는 작은 기념품 세트를 주셨다. 50세에서 74세 사이가 아니면 검사를 오라는 안내문을 발송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기념품을 쓰면서 스스로 기억하라는 뜻인듯하다.
아무튼, 2주 후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을 때까지는 살짝 긴장된 상태로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암이라는 게 운동을 열심히 해도, 가족력이 없어도, 비교적 건강한 편이어도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처럼 계속 운이 좋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저 하루하루 스트레스 안 받도록 너무 아등바등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게으르게 사는 것에 대한 핑계일지도
요점정리
-NSW에서는 무료로 유방암 검진을 받을 수 있음 (해당 연령을 확인할 것).
-동네에 이동 검사 트럭이 오는지 확인해 볼 것.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예약이 가능.
-들은 것보다 아프지 않고, 금방 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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