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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NSW] 공립학교 교사 전근과 직주근접

호주 NSW 공립학교 교사 - 전근 신청 방법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전근한 지 4주 차가 되었다.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꽤 오래 근무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전근 신청을 해두었었다. 호주 NSW주의 공립학교 교사는 정교사로 한 학교에 3년 이상 근무하면 전근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물론 신청을 한다고 해서 다 전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내가 가고 싶은 지역, 혹은 학교에 공석이 생겨야 하고, 그 자리를 공개채용이나 교육부 임명이 아닌 전근 신청으로 채우라는 교장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여러 조건이 맞아야 되기 때문에 몇 년, 간혹은 십 년이 지나도 전근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일 년이 좀 안되어 전근을 할 수 있었는데, 요새 NSW주의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채용과 전근이 많이 이루어지기 시기이기도 하고, 마침 운이 좋게도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공석이 생기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인 것 같다.

 

직주근접의 꿈

여러 개인 사정이 있어서 전근을 신청했지만, 나의 대외적인 이유는 직주근접이었다. 차로는 5분, 자전거로는 15분, 걸어서 30분 거리의 학교에 출퇴근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근 신청을 한 이후, 매일 하는 생각이었다. 새벽 6시 반경에 출발해서 고속도로를 90킬로로 달리고 7시 좀 넘어서 도착하는 생활을 2년 가까이하면서, 학교 근처에 사는 동료 교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랐다. 물론 나보다 더 먼 거리를 왕복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운전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 왕복 한 시간이 넘는 거리는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다. 왕복 한 시간이라고 하지만, 바쁜 시간을 피해서 일찍 출근하고 칼퇴를 해야만 한 시간 10분 이하의 통근시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예상과 다른 일상

전근 후 처음 일주일은 걸어서 출퇴근했는데 생각보다 피곤했다. 왕복 1시간을 걸으니, 교내에서의 이동시간을 포함해서 만보는 기본으로 걷게 되었다. 평소보다 많은 운동량 때문인지 퇴근하고 나면 피곤해서 식사를 하고 바로 쉬거나 자게 되었다. 아니, 이러려고 전근한 게 아닌데, 내 일상에서 여유시간이 더 생기고, 운동도 하고, 기름값도 아끼고, 더 행복해져야 하는데, 그게 아니잖아? 2주 차에는 비가 온다는 핑계로, 퇴근하고 볼일이 있다는 핑계로 이틀은 차로, 하루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다. 걷는 것보다는 덜 피곤했지만, 아직도 퇴근 후의 여유가 느껴지지 않았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려니 고단한 점도 있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3주 차. 비가 온다는 핑계로 삼일을 차로 출근하고, 그러다가 금요일은 감기 몸살에 병가를 내고 말았다. 목요일에 감기에 걸려서 하루 종일 재채기와 콧물과 싸우느라 수업을 제대로 못했는데, 아마도 그동안의 피로가 누적이 되어서이기 때문이리라. 또 하나, 내가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있는데 기상 시간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에는 7시 전후로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1시간 반 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전근하고 나서는 7시에 일어나면 다행히 되었다. 아침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루틴이 몸에 배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수업 시작 30분 전에 겨우 도착하게 되었다.

 

꿈과 현실 사이

4주 차인 이번 주는 심기일전해서 3일 연속 자전거로 출퇴근 중이다. 하루 1시간 걷는 것이 건강에 최고로 좋다던데 아직은 그 정도의 체력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차로 출퇴근하면 몸은 편하지만, 맘이 불편하다. 게으름에 지는 느낌도 있고, 전근의 정당성이 사라지는 기분이라 떳떳하지 못하다고 해야 하나?  언제쯤이면 퇴근하고 시간이 남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당분간은 자전거로 타협을 해야겠다. 나의 직주근접의 꿈은 이루어졌지만, 내가 꿈꾸던 일상은 아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