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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우리들의 블루스 출연 - 화가 정은혜 초청 이벤트 2022년 11월 12일

시드니에서 한인 상점이 밀집해있는 곳 중 하나인 스트라스필드에서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에 출연했던 정은혜 씨의 이벤트였는데 전시회뿐 아니라, 토크쇼, 퍼포먼스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이 진행되었다.

 

 

그녀가 출연했던 드라마가 방영되던 당시, 다른 드라마해방일지에 빠져있었던 관계로 '우리들의 블루스'에서의 정은혜 배우의 역할에 대해선 전혀 몰랐지만, 전시회와 영화 상영을 즐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중간에 볼 일이 있어서 토크쇼와 퍼포먼스를 놓친 것이 아쉬웠는데, 다큐멘터리 영화에 그녀의 일상이 꽤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그녀의 평범하고 또 비범한 인생에 대해 조금 알 수 있게 되었다. 영화감독인 아버지가 직접 제작한 영화에는, 그녀가 평소에 음식 투정을 부리고, 가족에게 짜증을 부리는 가감 없는 일상의 모습이 나오는데 사춘기 시절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평범한 많은 이들처럼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힘들다고 짜증을 낼 때도 있었지만, 그녀의 비범한 인내력과 엄청난 몰입으로 의뢰받은 그림은 끝까지 다 그려낸다. 가족 외의 사람들과는 예의를 차리고 농담을 하고 교류를 하는 모습도 많이 나왔는데 장애인은 사회성이 없을 것이라는 나의 편견을 깨뜨려 주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근에 봤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이 자폐 스펙트럼의 장애인이었고 사회성이 부족했는데, 모든 발달 장애인이 그럴 것이라는 지례짐작을 했었던 것 같다.

 

무대 위의 정은혜 작가

 

 

다큐멘터리에서는 그녀가 얼마나 열심히, 오랜 기간 동안 그림을 그리며 실력을 늘려갔는지 과정이 자세히 나온다. 점점 세련되지고 대담해지는 연필선과 그녀만의 개성이 보이는 화풍이 생기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상당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나서 그녀의 작품들을 다시 보니, 각 그림들이 완성되기까지의 노력과 시간이 느껴져서 더 애틋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녀도 처음부터 천재성을 보인 것이 아니라 조금씩 발전하고, 화가인 어머니의 지도와 도움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점이 참 맘에 들었다. 영화 속에서 어머니가 그녀의 그림에서 이상한 점을 지적하면, 그녀는 싫은 티를 내면서도 지우개로 지우고 결국 더 잘 그려내고 만다. 그렇게 조금씩 실력을 키워나갔던 것이다.

 

그녀가 그린 많은 초상화들 사이에 거울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바로 내 초상화가 보이니 말이다.
그녀가 마켓에서 그려서 판 수많은 그림이 몇 쳔장이 된다고 한다

 

 

 

연필 스케치 뿐 아니라 채색이 된 그림도 참 좋다

 

그녀는 앞으로 또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지 궁금해진다. 선입견 없이 그녀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사람들이 늘 따뜻하고 예뻤으면 좋겠다. 그녀가 차별 없는 더 나은 세상에서 더 멋진 그림을 계속 그려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