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로또를 산 지도 몇 년이 되었다. 그동안 소액조차도 거의 당첨된 적은 없지만 한 달의 마지막 토요일의 로또를 구입하고 있다. 그 한 달 동안 달콤한 이라고 쓰고 헛된이라고 읽는 상상을 하는 즐거움을 위한 작은 대가라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창궐했을 때는 외출 금지령이 내려서 한 동안 구입하지 못하다가 작년 말부터 다시 사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단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상상을 하는 재미는 로또 구입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인 $3.30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 주택대출금의 이자가 인상된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내 가슴 구석 저편에 실오라기 같은 희망의 빛을 비춰주기 때문이다. 전에는 몇 백만 불이 당첨되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요새는 2등이나 3등이 되어도 좋겠다는 소박한 희망을 갖고 있다. 그렇게 잠깐 헤벌레 웃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곧 다시 현실로 돌아오지만, 그 짧은 순간의 희망이 주는 원동력은 꽤 크다. 최소한 당첨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뭐, 0%에 근접한 가능성이긴 하지만 로또를 사지 않는다면 0%이니까 말이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당첨이 되지 않다가 정말 오랜만에 6등에 당첨이 되어서 로또를 샀던 금액의 2배인 $7.70을 벌었다. 판매소에서 일하시는 분이 또 사겠냐고 물어보길래, 당첨금의 반인 $3.30으로 이번 달 말 날짜의 로또를 한 장 구입했다. 당첨금의 반을 내 지갑에 간직한 것은, 한 달에 한 번만 사겠다는 나의 하찮은 원칙 때문이다. 지금까지 로또에 쓴 돈을 계산해보면 꽤 엄청난 금액이 될 것이다. 경제 관련된 서적이나 강연에서 부자들은 로또를 절대 사지 않는다고 하지만, 난 앞으로도 나의 상상에 약간의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서 계속 로또를 구입할 것 같다. 부자가 되면 그때 사는 걸 멈추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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