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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안젤리크 키드조 Angelique Kidjo@TEDWomen 2022

 

 

맨 위가 안젤리크 키드조

블랙타운으로 이사 오고 나서, 매 분기마다 내는 주민세의 혜택을 받고자, 시에서 개최하는 행사에는 가능하면 참여하는 중이다. 마침 오후 5시에 TEDWomen 행사가 있다길래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시청을 했다. 입장료가 무료이기도 했지만 Joy/기쁨이라는 주제에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 도시 출신의 여성이 강의를 하는 것인 줄 지레짐작하고 갔는데, 가서 보니 얼마 전 온라인으로 개최된 TEDWomen 행사의 녹화영상을 도서관에 딸린 작은 강당에서 보는 것이었다. 사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티켓 취소를 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아서 5시를 조금 넘겨서 간신히 도착했다. 열명 정도가 앉아있는 강당에서, 비디오를 시청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채고 자리에 앉았다. 화려한 색의 의상을 입은 두 명의 흑인 여성이 화면에 나타났다. 안젤리크 키드조라는 여성이 소개되었는데, 엄청난 경력의 소유자였다.

 

왼쪽이 안젤리크 키드조. 오른쪽 여성도 멋졌음

 

그래미상을 1994년에 처음 수상한 후에도 몇 번 더 받고, 아프리카의 젊은 여성을 위해 인권운동을 하면서 세계적으로 공연을 다니는 슈퍼우먼이었다. 아프리카 악센트로 어떤 질문도 시원시원하게 대답해내는 그녀가 정말 멋지게 보였다. 음악과 인권운동으로 세상에 기쁨을 나누는 그녀의 뒤에는 멋진 아버지가 계셨는데 생전에 그녀에게 계속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An educated person is a peacemaker.
교육을 받은 자가 평화를 만든다.

 

세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배우지 않고서는 평화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뜻. 그녀가 세운 Batonga Foundation/바통가 재단은 그런 이유로 흑인 여성들의 교육과 자립을 지원한다고 했다. 재단에서 젊은 여성들을 모아서 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쳐주겠다고 했더니, 성폭행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야 하고, 너무 이른 나이에 임신을 해서 출산 중 사망률이 높은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자신의 인생의 기로를 선택하기 전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에 다니는 기간은 아프리카 여성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시간이라고 한다.

 

인터뷰어가 기쁨에 대해서 질문했을 때의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남았다. 그녀의 힘 있는 목소리를 들으면 그녀의 말과 진심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바로 전달된다.

 

기쁨은 힘이고 힘은 자유다.
Joy = Power = Freedom

 

그녀를 바라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긍정 에너지는 그녀의 자유함에서 나온다. 그 자유함은 뛰어난 재능과 음악적인 성공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자유, 높은 자존감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이런 자유함을 혼자 누리지 않고 세상과 나누는 그녀의 삶의 행보가 정말 존경스럽다.

 

https://www.youtube.com/watch?v=e1LOPozBun4&list=RDEMCEIp47ggcFFEgYxOcbE8-A&index=4

 

오늘 처음 들어본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서 그녀의 노래를 연속해서 듣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언어와 스타일의 음악이 그리 와닿지 않았는데, 그녀의 힘찬 목소리에는 삶에 대한 끝없는 긍정이 느껴진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참 멋진 사람들이 있구나. 하루 하루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주택대출 이자에 스트레스를 받는 조그마한 나의 일상에서 시선을 좀 넓혀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