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콘서트에 다녀온 동료를 통해 알게 된 특이한 밴드가 있다. Heilung이라는 북유럽 국가 출신의 멤버들로 구성된 실험적 민속음악 밴드인데, 영상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서 종종 찾아보고 있다.
바이킹들이 배를 잃고 숲으로 들어가서 음악을 시작한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악기는 모두 친자연적이다. 목소리, 동물과 무려 사람의 팔뼈 (사람 뼈는 어디서 구한 걸까?), 가죽으로 된 북이나 나무 막대기를 부딪혀서 소리를 낸다. 여성 보컬은 몇 백 년은 살았을 것 같은 신비한 요정 같은 분위기의 외모와 목소리이고, 남성 보컬들은 헤비메탈 보컬같이 목 안에서 내는 낮은 소리로 울부짖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SVbc_Fwbt50
신비롭고, 때로는 흑마술의 주문같이 음산한 분위기의 음악 못지않게 강렬한 것이 바로 밴드 멤버들의 의상이다. 여성 보컬은 눈을 가리고 사슴뿔을 쓰며, 사슴뿔 혹은 다른 동물의 뿔을 손에 들고, 그것으로 북을 치기도 한다.
남성들은 얼굴을 검게 칠하거나 검은 선을 그어서 마치 전쟁에 나가는 전사들을 연상시킨다. 동물의 털가죽을 주로 입고 있는데 의식주를 포함해서 모든 것을 자연에서 의지했던 옛날 사람들의 강인함, 원초적인 삶의 방식이 연상된다. 댓글에는 치유를 받는다는 내용이 쉽게 눈에 띄는데, 나는 오히려 그 정제되지 않은 날 것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무슨 이유인지 자꾸 생각이 난다.
https://www.youtube.com/watch?v=64CACoHNBEI
클래식과 재즈, 팝음악만 즐겨 듣다가 이렇게 과거 속으로 쑥 들어가 버리는 음악을 들으니 참 신선하다. 가끔 이렇게 몰랐던 음악적 장르를 접할 때마다 보물을 찾은 것 같은 횡재한 기분이 든다. 검색해 보니 여성 보컬은 락밴드 보컬이었다고 하고, 남성 보컬 두 명 중 한 명은 프로듀서, 한 명은 북유럽 문신 아티스트라고 한다.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는데 셋이 만나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것이 멋지다. 시너지를 생성하는 사람들과 만난다는 게 얼마나 드물고 소중한 것인가. 최근에는 무슨 게임 사운드트랙도 녹음했다고 하니, 앞으로도 계속 활동영역을 넓혀가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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