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호주 청취자들이 투표해서 1등부터 100등까지 클래식 곡의 순위를 매기는 ABC Classic 100라는 행사가 있다. 해마다 주제가 달라지는데 제일 좋아하는 악기, 제일 춤추기 좋은 곡 등 다양한 장르, 작곡가, 악기편성의 곡 중에서 후보를 추려서, 사람들이 그중에서 고르는 방식이다. 올해의 주제는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곡이다. 평소에 피아노 연습하는 것을 즐겨하는 나에게는 10곡을 뽑는 기준이 꽤 간단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칠 수 있거나 치고 싶은 곡이다.
쇼팽의 녹턴, 드뷔시의 월광,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등 잘은 못 치지만 떠듬떠듬 연습하고 있는 곡들을 고르고 나머지는 지브리 OST, BBC의 오만과 편견 OST, 영화 시네마 천국의 OST 등 내가 자주 찾아 듣는 곡들로 채웠다. 이렇게 투표를 하면 6월 King's Birthday 주말 이틀에 걸쳐서 100등부터 1위를 차례대로 발표해 준다. 내가 투표한 곡이 몇 등을 하는지 알아보는 재미가 있어서 매년 투표를 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한국 작곡가인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가 후보곡에 포함되어 있어서 투표를 했다. 매년 일본 작곡가만 순위에 드는 것이 부러웠는데 올해 처음으로 한국 작곡가의 곡이 높은 순위에 뽑힐지 기대된다. 소소하지만 이런 기대할 것들을 만들어 놓는 것이 일상에 작은 행복을 더해준다.
* 후보곡들의 미리 듣기와 투표는 여기서 할 수 있다.
** 허걱, 작년에 투표한 곡들을 보니 대부분 비슷하다. 취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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