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국영 방송국인 ABC의 클래식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 매년 이맘때 열리는 연례행사가 있는데, 한 주제를 정하고는 청취자 투표를 하는 것이다. 1등부터 100등까지의 결과를 알려주며 한곡씩 틀어주는 특별 개표(?) 방송을 6월 영국왕 생일이 공휴일인 주말 이틀간 걸쳐 방송해 준다. 작년에는 호주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악기라는 주제로 투표를 했는데 일등을 한 악기가 첼로였다. 내가 일등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피아노는 이등에 머물렀는데, 우선 100가지 이상의 악기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고, 100가지의 다양한 악기들이 연주하는 곡을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올해의 주제는 Feel Good이다.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클래식, 영화음악, 게임음악을 투표하는 건데, 방송국에서 일차적으로 추려낸 후보곡 리스트에서 최대 10곡까지 투표할 수 있다.
카테고리별로 누르면 방송국에서 추려낸 곡 리스트들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좋아하는 곡에 투표하면 된다. 리스트를 보다 보면 모르는 곡들이 꽤 많은데 새로운 곡을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리스트의 곡들이 참 다양했는데 조 히사이시의 지브리 OST, 할리우드 영화 OST, 슈퍼 마리오나 파이널 판타지 같은 게임 음악,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 등 클래식은 아니지만 클래식 악기들이 연주하는 경음악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넷플릭스 시리즈나 영드의 사운드 트랙도 있어서 왠지 반가웠지만 투표하지는 않았다. 딱 10곡만 고르려니 나만의 까다로운 기준이 필요했는데, 일단 내가 피곤할 때나, 에너지를 받고 싶을 때 실제로 찾아서 들어보았거나 연주를 시도해 본 곡들이라고 정했다.
내가 투표한 10곡을 적어본다:
- 타이스의 명상곡
- 시네마 천국
- 홀스트의 '행성들'
- 랄프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
- 바흐의 '골덴베르크 변주곡'
- 쇼팽의 녹턴 전곡 (한 곡만 고를 수는 없었다)
- 드뷔시의 '월광'이 포함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전곡
- 드뷔시의 '바다'
- 헨델의 '옴브라 마이후'가 포함된 '세르세' 전곡
- 조 히사이시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내가 몇 번 이상 의식적으로 에너지를 받기 위해 찾아본 곡들만 투표를 했는데, 이렇게 보니 내 취향이 많이 편향되어 있다. 주로 로맨틱하고 감상적이며 단조의 곡들이구나. 투표가 끝나기 전까지 리스트에 올라와있는 다른 곡들도 찾아 들어보면서 음악적 소양을 키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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