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부르는 이름: 달빛
밖에서 부르는 이름: Moonlight
마이크로칩에 저장된 이름: Claire Kim (드뷔시의 '월광'의 원제인 'Clair de Lune'에서 따옴. 근데 스펠링 틀림)
한자 이름: 김월광 (金 月光)
일본 이름: キム 月光
추정 생년월: 2021년 8월
묘종: domestic short hair (털이 진짜 짧다)
성별: ♀ (중성화 완료)
취미: 밥 먹기, 밥 달라고 조르기, 엉덩이 두들겨달라고 조르기, 사냥하기
어제에 이어 달빛이의 프로필을 작성하려고 보니 컴퓨터에 달빛이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그래서 급히 방금 사진을 찍었는데, 왜 얘 사진이 없는지 그제야 기억이 났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자꾸 도망가서 제대로 나온 사진이 잘 없다. 상습 가출묘인 햇살이와 정반대로 (어제 아침부터 지금까지 집에 안 오고 있다 ㅠㅠ) 달빛이는 매일, 그것도 일찍 집에 들어온다. 내가 퇴근해서 돌아올 때 집 앞에서 기다리는 적도 종종 있고, 집 앞에 없다 싶으면 뒷문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달빛이가 날 기다리는 것은 아니고, '밥'을 기다리는 것이다. 달빛이는 몸집이 작고 몸무게도 3킬로 정도밖에 나가지 않는 것에 비해 식탐이 엄청나다. 밥을 주면 몇 번이고 또 달라고 야옹거린다. 요즘에는 달빛이가 날 보채는 새로운 이유가 생겼는데, 바로 궁디팡팡이다. 내가 몇 번 꼬리 바로 옆 엉덩이 부분을 두들겨줬더니 그게 좋았는지, 나만 보면 요가의 고양이 자세처럼 엉덩이를 높게 추켜세운다. 게다가 달빛이는 특정 장소에서 내가 엉덩이를 두들겨 주는 것을 좋아하는데, 뒷 문을 나가면 있는 계단에서 밑에서 세 번째 계단, 그리고 마지막 계단, 그다음에는 콘크리트 바닥 위로 자리를 옮기며 엉덩이를 치켜세우고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왜 이런 의식 같은 습관이 생긴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맨 처음 내가 엉덩이를 두들겨 준 장소가 여기였고,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였나? 아무튼, 내가 자신을 따라 바깥에 나가서 만족할 때까지 엉덩이를 두들겨주지 않으면 계속 야옹거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요구할 때도 있다. 이런 이상한 의식을 공유한다는 것이 귀찮기도 하지만, 묘한 특권(?) 의식 같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사람만 보면 도망가는 이 고양이가 나한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세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돈으로 살 수 없는 (누가 이걸 돈으로 사고 싶어 하겠냐만은), 오직 시간과 사랑과 일상의 반복으로만 얻을 수 있는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하지만 달빛이는 날 그냥 궁디팡팡을 해주는 '노예'로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이 노예는 만족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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