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의 이름이 '실수 대백과사전'인 이유는 블로그의 주인이 실수의 대량 생산자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실수사고를 다양하게 저지르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에 지쳐서, 내 실수의 긍정적인 효과는 없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일환으로 실수를 분석하고 대안책을 찾아서 블로그에 올려보기로 했다. 어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내 수많은 실수들도 의미를 갖게 되지 않을까. 습관처럼 일기장이나 전화기 메모장에는 수시로 기록하지만 블로그에는 잘 올리지 않았는데, 오늘 실수로 범벅이 된 토요일을 보낸 기념(?)으로 포스팅을 해본다.
- 너무 많은 물건을 손으로 들고 다니지 말 것: 토요일에는 오전 근무만 하는데, 노트북을 손에 들고 여러 방을 돌아다닐 때가 많다. 노트북이 충전이 안되어있어서 충전기를 같이 들고 다니는데 어쩐지 잃어버릴 것 만 같았다. 작은 가방이나 케이스에 같이 넣어 다녀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그냥 손으로 충전기와 펜, 노트북을 들고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손에는 노트북만 들려있었다. 또, 이럴 줄 알았지. 근데 왜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는 걸까? 결국 충전기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고 돌아다녀야 했다. 에휴.
- 같은 사람에게 몇 시간 사이에 이메일을 네 통을 보냄: 어차피 꼭 오늘 오전 중에 해결해야 할 일도 아니었는데 너무 생각 없이 그때그때 이메일을 보내버렸다. 근무가 끝나기 전에 한 번에 몰아서 보냈으면 이메일을 작성하는 시간도 줄어들었을 텐데. 너무 생각이 짧았다. 그분께 미안한 마음 한가득.
- 주말에는 쇼핑센터 주차장에 주차하지 말자: 주차장에 들어가고 주차하고 나가는데만 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평소에는 쇼핑센터에서 조금 떨어진 야외 공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는데, 비가 올 것 같아서 게으름을 피웠더니 주차장 지옥을 경험했다. 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내가 시간이 있는 토요일 오후 3시에는 다른 사람들도 한가하다는 걸.
- 특별한 날이 낀 주말에는 쇼핑센터 주차장에 주차하지 말자: 오늘 유난히 차가 막혀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내일이 Mother's Day다. 지금 엄마가 한국에 가 계셔서 내일이 그날이라는 사실을 살짝 까먹고 있었다. 다들 어머니에게 줄 선물을 사러 쇼핑을 가는 길이었구나.
- 약 처방전 유효기간을 꼭 확인할 것: 꽤 오랫동안 복용하는 약이 있는데 처방전의 유효기간이 지난주 일요일 까지라는 걸 약국 근처에 가서야 알았다. 솔직히 약을 사는 것이 쇼핑의 주목적이었는데 그 고생을 하고 나서 지갑을 열어보니 처방전을 쓸 수가 없었다. 더 기막힌 사실은 바로 며칠 전 다른 일로 병원에 갔었다는 것. 그때 처방전을 새로 받았으면 되었는데 전혀 생각을 못했다. 오래된 처방전을 지갑에 넣고 다니면서 확인도 안 하고 막연히 언제든지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에는 약이 떨어질까 봐 처방전을 여유롭게 받기도 했는데 말이지. 왜 이제 와서 이런 새로운 실수를 하는 것인가. 또 병원 가서 처방전을 받고 다시 약국에 갈 생각을 하니 좀 우울해진다. 앗, 또 생각이 났다. 처방전의 유효기간이 끝나기 바로 전 다른 약을 사러 약국에도 갔었는데 그 약 살 생각은 못했다. 후우.
- 짐이 많을 때는 동선을 계획하자: 쇼핑센터에서 장도 보고, 근처 도서관에 책도 반납할 생각이었다. 장을 보다 보니 짐이 많아져서 도서관까지 그 짐을 들고 가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다시 주차장에 가서 짐을 내려놓고 도서관까지 갔다. 책부터 반납했으면 좋았을 텐데. 역시 아무 생각이 없이 행동을 했다.
- 주차한 곳 사진을 꼭 찍자: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안된다. 사진을 꼭 찍어야 함. 주차장에 들어가서 주차하는 데까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주차를 간신히 마치고는 서둘러 쇼핑센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돌아오는 길에서야 내가 주차한 곳의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 많이 헤매지는 않았지만, 왜 이 실수는 계속 반복하는 걸까.
- 냉장고를 꼭 확인하고 쇼핑할 것: 양파 한 자루를 구매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양파가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왜 몰랐지? 냉장고에 있던 양파를 다 먹어서 다 떨어졌다고 생각했나 보다. 양파는 냉장고 옆 선반에 잘 보관되어 있었다. 아휴.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겨우 여덟 시간 동안 이렇게 다양한 실수를 하나니, 나의 실수 창의력에 감탄이 끊이질 않는다 ㅠㅠ
몸 상태가 별로였고 피곤했던 것이 근본적인 원인인 것 같다. 꼼꼼히 계획을 짜지는 못해도, 꼭 오늘 쇼핑을 가야 하는지 조금만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좋았을 텐데, 다 귀찮았다. 이번 실수들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대책을 생각해 보았다.
- 너무 많은 물건을 손으로 들고 다니지 말 것 --> 한 가지 이상의 물건은 가벼운 가방에 넣고 다닐 것. 노트북은 꼭 전날 충전할 것.
- 같은 사람에게 몇 시간 사이에 이메일을 네 통을 보냄 --> 급하지 않은 이메일은 작성하고 몇 시간 후에 보낼 것. 퇴근 바로 전이 좋음. 보내는 것을 잊지 않도록 알람을 설정할 것.
- 주말에는 쇼핑센터 주차장에 주차하지 말자 --> 사람들이 쇼핑을 많이 하는 시간은 피할 것. 어쩔 수 없다면 야외 주차장에 주차하거나 자전거로 갈 것. 이제부터는 평일에만 쇼핑할 테닷.
- 특별한 날이 낀 주말에는 쇼핑센터 주차장에 주차하지 말자 --> 특별한 날에는 쇼핑을 하지 말자. 마지막까지 몰려서 어쩔 수 없이 쇼핑센터에 가지 말 것. 미리미리 쇼핑해 두기.
-약 처방전 유효기간을 꼭 확인할 것 --> 병원에 가거나 약국에 갈 때는 더 할 일이 있나 생각해 보기. 병원에 갈 때마다 여분의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 갈 때마다 약을 사두자. 오래된 처방전은 바로 버리자. 가지고 다니면 쓸 수 있다고 착각한다.
- 짐이 많을 때는 동선을 계획하자--> 들를 곳이 여러 군데가 있을 경우에는, 가는 순서를 다양하게 생각해 보고 제일 효율적인 루트를 계획해 보기.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 주차한 곳 사진을 꼭 찍자--> 주차하기가 많이 힘들수록 빨리 차에서 빠져나가려는 마음이 생긴다. 차 문을 잠그면서 꼭 사진을 찍자.
- 냉장고를 꼭 확인하고 쇼핑할 것--> 쇼핑 목록을 작성하고, 쇼핑 목록에 없는 것은 사지 않는다. 야채는 모두 같은 곳에 보관해서 재고 파악이 쉬운 상태로 만들자. 양파는 모두 선반에 모아 둘 것.
-결론! 몸 상태가 별로일 때는 외출을 삼가기 --> 쇼핑을 하루 안 한다고 죽지 않는다. 피곤하거나 아플 때는 어디 가지 말고 집에서 쉽시다.
쇼핑이 하기 싫을 때 억지로 하지 말기. 꼼꼼하게 계획을 할 에너지가 없을 때는 외출도 하지 말기. 괜히 나갔다가 실수만 하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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