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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미니멀리스트의 블랙 프라이데이 장보기

어제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해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나서 검색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장바구니 가득 쇼핑을 해버리고 말았다. 내 기준으로 꽤 파격적인 세일에, 무료 배송이 총합 $40만 초과하면 되어서, 신이 나서 장바구니를 채우기 시작했다. 중간에 옷도 넣을 뻔했지만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입어보지 못하고 구입하는 건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

조카의 생일 선물로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을 골라봤다. 스티터 500장 테이프를 좋아해주면 좋겠다
사탕이나 작은 선물을 담을 선물 가방을 50개 구입! 나중에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넉넉히 삼. 아, 맞다 나 미니멀리스인데...
이번 쇼핑에서 가장 기대되는 아이템. 자전거를 탈때 멜 크로스 백. 남성용이지만 어떤가. 사이즈가 마음에 드는데 실제로는 어떨지 기대중
알퐁스 무하 전시회를 같이 다녀온 동료분께 드릴 선물이다. 수첩을 자주 사용하셔서 좋아하실 것 같다
폰 스크린 깨짐 방지 스티커. 요새 폰을 너무 많이 떨어뜨려서 갈아줘야 하는데 싸게 나와서 구입.
이건 질레트 리필과 혹시 규격이 맞을까 해서 사봤다. 맞지 않아도 품질만 괜찮으면 좋을텐데 이건 약간 걱정된다
전에 학생이 하고 온 걸 보고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한 걸 발견해서 구입. 이제 우리반 아니니까 따라해도 괜찮겠지? 미안해!
고양이를 위한 중력을 이용한 자동(?) 사료급식기와 급수기. 디자인이 깔끔하고 꽤 넉넉한 용량이다. 게다가 가격이 엄청 저렴!

 

무료배송을 위해 최소 금액인 $40을 맞추기 위해 물건을 왕창 넣었다가 빼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대부분 내가 평소에 필요하다고 느꼈던 물건이라 충동구매라고도 부를 수는 없지만 솔직히 없어도 사는데 지장은 없다. 어제는 뭐에 홀린 듯 스트레스를 쇼핑을 풀었던 것 같다. 다음에 쇼핑을 더 잘하기 위해서 기억해두고 싶은 점들 몇 가지:

 

-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그 날짜를 기록해 두고 최소한 3개월에서 6개월 (너무 긴가?) 생각해보고 나서 구입하자. 대부분의 물건은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

- 싼 게 비지덕이다. 작년에 테무에서 샀던 검정 가방은 매일같이 잘 쓰긴 했지만 벌써 지퍼가 고장이 났다. 몇 번 고쳐서 지금도 쓰고 있긴 한데, 아쉽게도 그리 오래 쓰지는 못할 것 같다. 겉보기에는 디자인도 깔끔하고 멀쩡한데, 참 아쉽다. 너무 싼 건 사지 말자.

- 무료 배송을 위해서는 한꺼번에 물건을 구입하는 게 좋다. 이왕이면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것의 목록을 준비해 놓았다가 한꺼번에 사자. 매년 블랙 프라이데이에 한 번 몰아서 쇼핑하는 것도 세일을 활용한 나쁘지 않은 방법이 아닐까.

- 어제 장바구니에 수차례 넣었다 뺐다 한 아이템 두 가지가 있다: 줄 귀걸이와 나뭇잎 귀걸이. 내년에도 사고 싶어지면 사자.

- 어제 같이 샀으면 좋았을 물건들이 구매 완료를 한 후에야 생각이 났다. 엄마가 선물로 주신 펜던트를 끼어넣을 목걸이를 샀어야 하는데! 순간순간 필요한 물건들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하는 습관을 갖자. 그 목걸이가 없어서 펜던트를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 선물용 작은 가방을 사고 나니 이제 거기에 담을 사탕을 사야 한다. 쇼핑은 쇼핑을 부르는구나.

- 누군가가 좋아해 줄 모습을 상상하며 선물을 고르는 건 꽤 즐겁다. 생일과 크리스마스 선물은 평소에 미리미리 구입해 두자.

 

세일할 때 하는 쇼핑이 이렇게 재밌다니 잊고 있었다. 올해 너무 쇼핑을 참고 살아서 이번에 확 터진 것 같다. 아직 컴퓨터는 본격적으로 검색해보지 않았는데, 한 번 더 무언가에 홀린 듯 사버릴지도 모르겠다. 이왕 산 물건은 소중하게 잘 다뤄서 오래오래 쓰면 된다. 이상 가짜 미니멀리스트의 소심한 항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