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월에 Blackheath에 있는 Burramoko Fire Trail에 다녀온 후기를 이제야 써본다. 당시에 산악자전거를 사네 마네 하며 자전거 타기에 빠져있었는데, 근처에 내가 갈 만한 쉬운 산악자전거 코스가 있는지 검색하다가 Burramoko Fire Trail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Blackheath 역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인데 구글맵에 자전거로 10분에 입구에 다다를 수 있다고 나와있어서 주저 없이 가기로 결정했다.
Fire Trail은 산불이 났을 경우 소방차가 다닐 수 있게 난 길인데 아스팔트 포장이 아니라 울퉁불퉁해서, 트레일 러닝을 하거나 산악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코스이다. 물론 그냥 걸어가기에도 괜찮다.
흙길을 자전거로 한 시간 좀 넘게 달리다 보니 더 이상 자전거로는 갈 수 없는 막다른 길이 나왔다. 자전거를 멈추고 잠시 풍경을 구경하는데 강아지와 함께 걸어서 온 부부와 잠시 이야기를 했다. 여기에 자주 온다며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배낭도 없이 동네 산보하러 나온 듯한 옷차림이 인상적이었다.
절벽의 튀어나온 부분이 끊어진 곳의 틈새는 일 미터가 조금 안 되는 길이였는데 그 사이를 내려다보니 끝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떨어지면 그냥 바로 저 세상인 거다. 보폭이 좁기 때문에 걸어서 넘어가기에는 위험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엎드려서 기어가든 넘어가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돌아오는 길에 아까 지나친 부부를 다시 만났는데, 남자분은 틈새를 넘어서 절벽 위에 올라갔다고 했다. 나보다 키가 커서 덜 무 서었던 걸까? 나 말고 넘어가려는 사람이 없길래 위험해서 다들 안 가는가 보다 했다. 내가 갔을 때 한 열 명 정도 근처에서 있었던 것 같은데, 다들 나처럼 사진만 찍고 있었다. 괜히 다른 사람들을 너무 의식했던 것 같다.
절벽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좀 쉬다가 다시 fire trail을 달려서 기차역으로 돌아갔다. 오르막 길에서는 힘들어서 자전거를 밀고 가기도 하고 내리막 길에서는 길이 울퉁불퉁해서 브레이크를 반쯤 잡고 천천히 달리기도 했다. 뭐 대단한 걸 한 건 아니지만 목적지를 정하고 도착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준다. 내 안의 자아가 아직도 혼자 뭘 못하던 어린아이의 상태에서 머물러 있는 걸까? 그래서 어디 멀리 혼자 다녀온 것이 대견(?)하고 뿌듯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Burramoko Ridge는 자전거 타기에도 나쁘지 않고 절경이 펼쳐진 곳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있다. 좀 안 간 꼭 다시 가서 틈새 위를 지나서 절벽 위에 서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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