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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블루마운틴 - Mt Victoria역 근처 Mt Piddington의 Ferris Cave Circuit

 

 

4월 말, 휴가가 끝나가는 것이 아쉬운 마음에 평소보다 좀 멀리 Mt Victoria역까지 기차를 탔다. Blacktown역에서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리고 기차도 한 시간에 한 번 밖에 없는 곳인데 역 바로 근처에 자전거로 갈 수 있는 하이킹 코스가 있길래 호기심이 생겼다. Mount Piddington이라는 곳인데 리뷰도 좋고, 하이킹 코스도 너무 길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기차에 몸을 싣었다.

 

나의 하이킹 파트너인 자전거
역도 예쁘고 직원도 친절했던 Mt Victoria 역

 

승객이 많이 내리지 않는 역이라서 그랬는지, 자전거를 가지고 내리는 나에게 역직원분이 어디에 가냐고 질문했다. Mount Piddington에 간다고 하니까 친절하게 방향을 가르쳐 주고는 환하게 웃어주었다. 이 역에서 일하는 게 행복해 보였다.

 

역 근처에 있는 개성있는 상점. 신발가게 아니면 잡화점인듯

 

역에서 길을 한 번 건너고 큰 도로를 따라 올라갔다.
금새 나타난 Mt Piddington Rd. 경사가 가파른 언덕길이었다.

 

내 자전거 실력으로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경사길이라 할 수 없이 자전거에서 내려서 밀면서 올랐다. 나중에 돌아가는 길에는 신나게 내리막을 달릴 것을 기대하면서 한 10분 정도 올라갔던 것 같다. 파란 가을 하늘과 가끔 보이는 단풍나무들을 보니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언젠가 여기에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택가를 지나가다보면 어느새 하이킹 코스 입구가 나온다.

 

하이킹 코스 초입에 'Mt Piddington'이라는 사인과 함께 큰 암석이 있었다. 위에 올라가 보니 경치가 좋기는 했지만 여기가 다가 아닐 텐데? 도대체 하이킹 코스가 어디에 있는 건지 몰라서 한 참을 뱅글뱅글 돌았다.

일단 암석을 올라서 경치라도 보기로 했다

 

멋진 경치. 하지만 여기가 정상이면 하이킹은 어디서 하는거지?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다가 발견한 이정표

 

마침 몇몇 사람들이 지나가길래 따라가 봤더니 이정표가 보였다. 옆에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본격적으로 하이킹을 시작했다. 왕복 한 시간이라니 조금 아쉬웠지만 일단 출발.

 

우선 Ferris Cave Circuit을 돌기로 했다

 

얼마 전에 갔었던 Mermaids Cave의 영향인지 동굴이라는 말에 친근감을 느껴서 Ferris Cave Circuit을 우선 돌기로 했다. 한 시간 반을 기차를 타고 왔는데 한 시간만 하이킹하고 갈 수는 없기에 그다음에는 다른 코스도 가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 하이킹을 하다가 길을 잃었을 때 후회를 하며 되뇌게 되는 구절이다.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을 따라가기만 하면 안전하지만 가끔은 비 때문에 길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코스도 있다. 길을 잃어버렸을 때 느꼈던 황망한 공포가 살짝 뇌리를 스쳤지만 코스 초입에서 길을 잃을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여차하면 돌아갈 생각으로 길 비슷한 곳을 따라서 계속 걸어갔다.

 

다행히 곧 동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주에서는 큰 바위가 있고 그 밑에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만 있어도 동굴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큰 돌이 시야에 들어오니 안심이 되었다. 이게 Ferris Cave인가 보구나.

 

동굴 아래로 가파른 절벽이 펼쳐졌다. 여기서 떨어지면 그대로 천국행

 

동굴을 왼쪽에 끼고 빙 돌았다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는데 아버지와 아들들로 보이는 일행이 반대 방향에서 오고 있었다. 혼자 다니다가 사람을 만나니까 반갑기보다는 어색해져서 서둘러 그 자리를 떴다. 혼자 하이킹하는 게 너무 익숙해져버렸나 보다. Circuit이니까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가면 되겠거니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기 말고 한 코스를 더 다녀올 생각에 마음이 조금 급했지만 최대한 주변 경치를 눈에 담으며 걸으려고 노력했다.

 

길같은 길도 있고 길같지 않은 길도 있었다

 

길에서 만난 귀여운 버섯들. 밑에 버섯은 모자 쓴 사람 머리처럼 보인다. 근데 땅에 뭍혀있...

 

심마니까지는 아니어도, 초보 아마추어 버섯 애호가(?)로서 이제는 버섯이 있을 만한 곳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옮겨진다. 자주 눈에 띄는 버섯 종류는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갑고, 특이한 버섯을 보면 신기하고, 아무튼 버섯은 그냥 다 좋다.

 

얼마 안가서 두개의 이정표가 나왔다.

 

생각보다는 빨리 Circuit을 돌았는지 금세 이정표가 보였다. 출발지점인 Mt Piddington으로 돌아가는 길, 그리고 Cox's Cave Circuit과 Toll House에 가는 길로 나뉘어 있었다. 예상보다 쉽게 한 코스를 마쳤다는 성취감에 취해있던지라 망설임 없이 Cox's Cave Circuit으로 향했다. 그때는 몰랐었다. Cox's Cave가 어떤 동굴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