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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들

새로운 한 달을 시작하는 자세

10월의 첫날이다. 새로운 것은 늘 설렌다. 새해가 시작할 때도 그렇지만 일 년에 12번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한 달의 첫날을 무척 좋아한다. 마치 지금까지의 모든 실수들이 깨끗하게 지워지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새 노트를 펼치고 처음 글씨를 쓰기 시작하는 떨림,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 새하얀 두부를 먹는 느낌과 비슷하려나? 10월의 첫날이고 마침 휴가 중이어서, 느긋한 마음으로 한 달의 목표를 생각해 보았다. 평소처럼 운동이나 건강에 관련한 목표를 세우려다가, 이번에는 좀 다른 걸 해보기로 했다:

 

2024년 10월의 목표

1. 매일 독서 30분 - 여러 권 쪼개서 읽어도 됨

2. 매일 글 한 편 쓰기 - 블로그 혹은 '초'단편소설

 

도서관에서 'The Life Plan'이라는 책을 빌렸는데 아무 곳이나 중간을 펼쳐보니, 3년 후의 목표를 세워보라는 부분이 나왔다. 잠시 멍해졌다. 3년 후에 내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살짝 충격을 받았다. 하루하루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는 건 아닌데,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고작 3년 후의 내 모습이 또렷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진 출처는 페북

 

막연하게 3-4년 후에는 주택대출을 다 갚고, 일 년 정도 주 5일 근무가 아닌 주 3일 근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다. 체력을 더 키워서 철인 3종은 못해도, 하프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책을 출판하고 작가가 되고 싶다는 오래된 꿈을 기억해 냈다. 작가에는 나이제한이 없긴 하지만 꾸준히 글을 써놓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될 수 없는 직업이다. 몇 년 전부터 끄적이다가 만 단편소설도 완성시키고 싶고, 공상과학물이나 추리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인풋이 있고 아웃풋이 있어야 한다. 독서를 하고 글을 써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이미 내 일상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운동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삶의 일부분으로 만든 것처럼, 독서, 특히 글쓰기를 양치질이나 설거지 같은 일상으로 만들고 싶다.

 

작가가 된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책 표지에 내 이름이 써져 있고, 그 책을 읽는 사람들을 멀리서 흐뭇하게 바라본다. 편집자와 책에 대해서 회의를 하는 모습도 그려본다. 이 모든 장면들이 현실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새로운 한 달의 첫날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꿈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