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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들

적성을 찾는 방법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글이 내 눈길을 끌었다.

누군가에게 느끼는 질투가 나의 적성일지도 모른다고?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일이 내 적성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니 작곡을 전공하기로 결정하기 전,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작곡을 공부한 긴 세월은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지금은 음악과 거리가 먼 교사일을 하고 있다. 물론 음악을 가르쳤던 기간도 있었지만 당분간은 음악교사로 일을 할 의지나 계획은 없다. 지금은 호주에 막 이주해 온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솔직히 적성에 잘 맞는다. 하지만, 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 일이 내 적성에 맞을 줄은 전혀 몰랐다. 이제야 돌아보니 내 인생의 궤적에 살짝살짝 힌트들이 있긴 했다.

 

- 초등학생이었을 때, 엄마의 친구분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놀러 오셨는데, 나이가 제일 많았던 난 학교놀이를 하며 아이들을 놀아줬다.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떤 애들은 집에 가기 싫다고 울었던 것 같다. 혹시 이때부터 교사의 자질이 보였었나?

- 중학교 1학년때 장래희망을 영어 선생님으로 적어낸 기억이 난다. (이후 바뀌기는 했지만)

- 고등학교 때와 대학생 때 사촌동생과 교회 동생에게 몇 번 과외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 음대 다닐 때도 바이올린 레슨을 몇 년 했었는데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 대학생 때 몇 년간 토요일 오전에 한글학교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을 가르쳤었다.

- 일본에서도 많이는 아니지만 성인 대상으로 한국어를 몇 번 가르쳤었다.

 

다른 아르바이트나 직업도 몇 가지 도전해 보았지만 쉽사리 문이 열리지 않았는데 우연하게도 가르치는 일들을 할 기회는 수시로 생겼다. 여러 경험과 경력들이 쌓여서 가르치는 일이 수월하게 된 것인지, 적성이다 보니 가르칠 기회가 계속 생긴 것인지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이겠지. 확실한 것은, 내가 인생에서 제일 길게 또 열심히 공부한 것은 음악이 아니라 영어라는 점이다. 사람에게 적성이 한 가지만 것은 아니고 몇 개의 적성들 중 개인이 선호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학창 시절 잘하던 과목과 받았던 상장들, 또 현재까지 꾸준히 즐겨하고 있는 취미들을 고려해 보면 내 적성은 세 가지로 수렴된다.

 

- 외국어 학습: 영어, 일본어

- 작문: 동화, 단편소설 쓰기

- 음악: 악기 연주, 작곡

 

이 중에 영어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고 있으니, 적성과 아예 동떨어진 일을 하는 것보다는 괜찮은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작곡가로 생업을 이어가겠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지금도 그리 나쁘지 않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한다는 것은 일이 버겁지 않고, 노력한 만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라면, 교사생활은 꽤 만족스럽다.

 

앗, 여기까지 쓰고 보니, 이민 초기에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고 싶어서 기를 쓰고 노력했던 시간들이 뇌리를 스쳐갔다. 현지에서 태어났냐는 질문을 들어보고 싶어서 발음에 엄청 신경을 썼고, 나보다 어린 나이에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원어민 같이 영어를 구사하던 지인들을 부러워했었다. 그런 부러움이 원동력이 되어서 열심히 공부했고, 그렇게 공부를 해놓은 덕분에 교사라는 선택지가 생기게 된 것이다. 무엇이든 열심히 해 놓으면 나중에 써먹을 데가 있다는 어른들 말씀이 맞긴 맞나 보다. 결국 적성은 동기부여와 열심인가? 적성에 맞기 때문에 동기부여도 되고 열심도 낼 수 있는 걸까? 꾸준한 자기 성찰만이 답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