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5월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매일 블로그 포스팅하기와 카페인 끊어보기. 커피는 즐겨 마시지 않아서 쉬웠지만 초콜릿이 들어간 간식을 무심코 몇 번이나 먹었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이다. 카페인을 끊으면 수면의 질이 향상될까 싶어서 해봤는데 생각보다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사실 내가 세우고 달성한 한 달 목표들이 꽤 많고, 또 실패한 목표들은 더 많지만, 그중 뭐 한 가지가 내 인생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은 적은 아직 없다. 물론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되는 소소한 동기부여를 얻고, 설탕과 라면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절제하는데 조금 도움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강철 체력을 얻은 것도 아니고,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도 않았다. 사실 요즘 건강 상태가 꽤 안 좋은데 오늘도 하루 종일 몸살과 근육통에 시달리다가 겨우 퇴근해서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한 달의 마지막 포스팅을 하기 위해 잠을 청하는 대신 이렇게 컴퓨터를 마주했다. 이번 달도 역시나 비슷하다. 블로그를 한 달 동안 매일 한다고 해서 내 글쓰기 실력이 일취월장하거나, 블로그 조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기적은 없었다. 조금은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는 했었는데 오히려 줄은 날도 꽤 있다. 하지만 내가 몇 년째 매달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나 자신의 끈기에 성취감을 느끼고,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일종의 '스파이 놀이'를 하는 것 같다. 내가 초콜릿과 한 달 동안 사투를 벌인 사실도 오로지 나 혼자만의 전투이고, 한 달 동안 매일 안 빠지고 31개의 포스팅을 올린 것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지만, 상당한 뿌듯함을 느낀다.
Day 1: 고양이 프로필 (1) - 햇살
Day 2: 고양이 프로필 (2) - 달빛
Day 3: [건강] 감기 걸려 고생 중 - 왜 일 년에 한 번은 목소리가 안 나오지?
Day 4: [하이킹] Mermaids Cave in Blackheath - 버섯, 버섯, 버섯
Day 5: [영화] 록시 - Welcome Home Roxy Carmichael (1990)
Day 6: [미니멀리즘] 옷장 大정리 비포 애프터
Day 7: [미드] The Chosen - 예수님의 가방
Day 8: [게임] 뉴욕 타임스 퍼즐 게임 - 커넥션즈 Connections
Day 9: 영어판 듀오링고로 중국어 공부하기, 이대로도 괜찮다
Day 10: 20년 젊어지는 8가지 방법, [번역 및 요약] 50가지 강력한 삶의 꿀팁 (중 내 맘대로 좋은 것만),
Day 11: 실수 대방출 - 주말의 실수들
Day 12: 시드니에서 절약하며 살기 - 절약인가 궁상인가
Day 13: 블루마운틴 - Blackheath Burramoko Ridge - 산악자전거 트레일
Day 14: 힘들 때 도움 되는 행동들
Day 15: [취미] 야채 키우기 - 풍작과 흉작
Day 16: 행복 - 기대가 되는 일을 만들어 놓기
Day 17: ABC Classic 100 - 2024년 호주 클래식 라디오 100곡 카운트 다운
Day 18: [미니멀리즘] 온라인 집들이
Day 19: 블루마운틴 - Mt Victoria역 근처 Mt Piddington의 Ferris Cave Circuit
Day 20: [INFJ] 스트레스 대처법
Day 21: [미니멀리즘] 동기부여를 위해 자주 보는 웹사이트들
Day 22: Sydney Vivid 2024 - 시드니 비비드 무료공연
Day 23: 합창단 체험기 - 헨델의 메시아
Day 24: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 추천
Day 25: 블루마운틴 - Mt Victoria역 근처 Cox's Cave Circuit - 후들후들 소모험
Day 26: [중국어] 듀오링고 다 끝내면 뭐 하지?
Day 27: 결심했어! 난 감기에 안 걸리는 사람이 될 거야 (상시 업데이트 예정)
Day 28: 호주에 산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 - Barefoot Investor 맨발의 투자자
Day 29: 바다를 두 번 건넌 피아노 조율한 썰 - 다시 태어난 나의 피아노
Day 30: [자기 계발] 한 달 목표 세우기 - Try something new for 30 days
Day 31: 바로 이 포스팅
이렇게 제목들을 쭉 나열해 보니 몇 가지 내 일상의 화두가 보인다: 고양이, 건강, 미니멀리즘, 하이킹, 자기 계발, 그리고 음악.
어떤 날은 도저히 쓸 내용이 없어서 다른 좋은 글을 읽은 것을 정리해서 올렸고, 컴퓨터에 저장된 오래된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글감을 찾았다. 포스팅을 할 때마다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첨삭하느라 한두 시간이 걸렸고 그 시간에는 글에만 집중하지 못해서 딴짓을 한 시간도 포함된다. 한 달 동안 매일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느꼈던 몇 가지:
- 모든 창작자들은 위대하다! 유튜브나 블로그에 정기적으로 수준 높은 내용을 올리는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나는 퇴근 후 고작 한두 시간 블로그를 쓴다고 운동고 거의 못하고, 출근, 퇴근, 블로그, 수면만 반복했던 한 달이었는데, 다른 창작자들은 어떻게 그 활동을 몇 년 동안 지속하는지 감탄이 나온다.
- 난 생각보다 글을 못 쓴다. 많이 겸손해졌다. 어렸을 때부터 언젠가는 작가가 되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작가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말 말이 없다. 주제파악 완료. 작가가 되기 위해선 지금 같아선 안된다.
- 내 인생이 꽤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쓸 말이 없어! 계속 같은 주제들만 뺑뺑이 돌리고 있었다.
- 내 블로그에 방문자가 없는 것은 내가 글을 너무 띄엄띄엄 올려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매일 올려도 조회수와 방문자수는 예전에 비해 비슷하거나 더 낫다. 한 달이 아니라 일 년 정도 계속해야 하려나? 아무튼, 블로그 조회수를 더 올리고 싶다면 지금같이 중구난방의 주제로 글을 올리면 안 될 것 같다. 한두 개의 주제를 깊게 파는 글들을 올리는 게 나을 듯. 하지만 그래도 조회수가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다.
- 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31일 동안 매일 한두 시간을 블로그에 매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글에 몰입해서 완성하는 그 과정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숙제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아무리 영어권 나라에 오래 살아도, 내 어린 시절과 사춘기에 일기를 쓰면서 많은 상념들을 끄적였던 그 감각 때문에, 한국어로 글 쓰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영어로 쓰면 솔직하지 않은 느낌마저 든다.
- 블로그 포스팅은 내 일상에 작은 부담과 함께 활기를 가져다주었다. 글감을 생각해면서 내 일상을 돌아보고 옛 일기를 들춰보며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글을 쓰는 것은 내 일상과 정신건강에 꼭 필요한 작업이다.
- 한 달 동안 매일 블로그 포스팅에 도전하고 성공한 나 자신을 칭찬한다! 잘 보니 하루에 포스팅을 두 번 한 날들이 눈에 띄는데 그것은 그다음 날에 올리려고 미리 저장해 두었지만 블로그 글 목록에서는 글을 시작한 날짜로 표시가 되어서 할 수 없이 날짜에 맞춰서 새로운 글을 썼기 때문이다. 절대 두 편 쓰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님! 고백하자면, 딱 하루, 밤 12시가 넘어서 포스팅을 완성해서 실패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과 호주와의 시차 덕분에 티스토리 블로그에는 그 전날 날짜로 글이 올라갔다.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봐도 괜찮겠지? 아니면 또 어떤가? 인생은 자기만족이다.
*혹시나 한 달 블로그 포스팅에 도전하고 싶다면 2월을 추천한다 난 왜 아무 생각 없이 31일이나 있는 5월을 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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