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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시드니에서 절약하며 살기 - 절약인가 궁상인가

요새 물가가 확 오른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평소에 사던 생필품, 과일, 약 등등 어느새 가격이 올라있다.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의 순위가 나오면 항상 상위권에 랭크하는 시드니에 살면서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내가 노력하는 부분들을 공유해 본다. 아끼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고 너무 궁상맞게 산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일인이묘 외벌이 가구로서 주택대출을 갚으면서 살려면 이 정도 노력은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1. 전자기기 오래 쓰기: 갖고 있는 것은 오래오래 쓰고 새것은 고장 나면 산다. 맥북은 10년째 쓰고 있다. 스크린이 좀 깨져서 바꾸고 싶지만 아직은 쓸만해서 더(?) 고장 날 때까지 기다리는 중. 핸드폰은 새것을 사려고 하던 때 마침 직장에서 안 쓰는 폰을 얻어서 잘 쓰고 있다. 기종이 오래되어서 iOS가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것이 큰 흠이지만 배터리가 아직 멀쩡해서 버릴 수가 없음. 한동안은 계속 쓸 예정이다.

 

2. 옷은 중고로 사기: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살고 싶지만 아직 너무 옷이 많아서 옷은 되도록이면 사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가끔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는 중고가게에 가고, 속옷과 신발을 제외하고는 새것은 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3.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로 다니기: 운전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운동도 할 겸, 수영장이나 쇼핑센터에 갈 때는 가급적 자전거를 이용한다. 몇 년 전 직주근접의 꿈을 이루고 나서는 출퇴근도 자전거로 하는 중. 요새는 몸이 아프고 비가 와서 이 주째 차로 출퇴근하는 중이라 아쉽다.

 

4. 인터넷은 핸드폰 핫스폿을 활용하기: 전에는 NBN을 깔아서 매달 인터넷 비용을 지불했는데, 요금이 너무 비싸고 데이터가 한정적이라 아쉬웠다. 그 대신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전화기 플랜으로 바꾼 후 핫스폿으로 인터넷을 쓰고 있다. 집에 시그널이 잘 잡히지 않는 게 흠이긴 하지만 재택 근무할 때 노트북을 세 개 사용할 때도 쓸만했다. 대신 전화와 인터넷은 동시에 사용할 수 없는 게 큰 단점. 일인 가구이고 동영상을 잘 보지 않아서 가능한 방법인 것 같다.

 

5. 무료 영화 사이트를 이용하기: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를 가끔 한 달씩 구독하긴 하지만 평소에는 호주 ABC와 SBS 방송국의 무료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한다. 물론 타 회사의 인기작들은 볼 수 없지만, 고전 영화나 취향 저격의 마이너 한 영화를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끔 한국에서 몇 년 전에 흥행한 작품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6. 셀프로 머리 자르기: 전에는 일 년에 한두 번 단발 가깝게 짧게 잘랐다가 머리가 길면 다시 자르곤 했는데 코로나 시절 록다운 때 처음 머리를 길게 길러보니 생각보다 편해서 긴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긴 머리는 끝부분을 다듬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보여서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해 봤는데 다행히 결과물이 괜찮았다. 지금까지 두 번 해봤는데 계속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길 것 같다.

 

7. 신용카드 캐시백 포인트 활용하기: 연회비가 무료인 신용카드를 사용 중인데 소비한 만큼 포인트가 쌓인다. 생필품을 사고 주유를 할 때 사용하면서 모은 깨알 같은 포인트는 캐시백을 받는 개념으로 신용카드 대금에 포함시킬 수 있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가끔 인터넷 쇼핑을 하고 캐시백 포인트로 지불하면 무료로 산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8. 전기/가스 회사 갈아타기: 호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Energy Made Easy라는 사이트에 전기나 가스요금 고지서를 업로드하면 다른 회사와 비교해서 최저요금을 낼 수 있는 회사를 추천해 준다. 일 년에 한 번씩 이 사이트를 사용해서 더 싼 회사로 갈아타고 있다.

 

9. Aldi supermarket에서 장보기: Aldi가 모든 품목이 다 제일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제일 비싼 물품은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품목들의 품질이 괜찮고, 품목당 한두 종류밖에 없기 때문에 쇼핑을 금방 할 수 있고 새로운 상품에 현혹되지 않는다. 물론 Special Buy라고 해서 옷이나 자잘한 생활용품을 정기적으로 판매하긴 하지만 그 유혹만 뿌리칠 수 있다면 생필품만 사기에는 Aldi가 제일인 듯.

내가 자주 구입하는 저렴한 생필품: 파스타, 두유, 과일과 야채, 꿀, 밀가루, 대추야자 말린 간식, 견과류, 참치캔, 올리브오일, 케첩, 고양이 사료, 세탁세제, 식기세정제, 샴푸, 컨디셔너 등등.

 

10. 기차로 당일치기 여행 가기 (금토일만): 시드니 기차는 금, 토, 일요일에는 하루 $8.90이 최고 요금으로 제한되어 있다. 블루 마운틴 라인의 가장 마지막 역까지 평소의 편도 요금보다 싸게 다녀올 수 있는 것이다. 형편상 해외여행을 갈 수 없기에, 기차비용이 싼 금, 토, 일요일에 가보지 않는 역까지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며 기분전환을 한다. 여기에다 도시락을 가져가면 $10불 이하의 비용으로 재미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사실 다른 요일에 가도 기차 요금이 왕복 $20 여불 정도이기 때문에 해외여행에 비하면 아주 저렴하긴 하다. 해외에 가려면, 항공편, 숙박비, 체류비가 드는 것 외에도 집에 남은 고양이들과 화분들을 돌봐줄 사람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당분간은 당일치기 여행으로 시드니 근교를 누벼볼 예정이다.

 

사실 최고의 절약은 아프지 않고, 치아 관리 잘 하고, 교통사고 내지 않고, 실수해서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고장 내지 않고, 실수로 고속도로에 들어가서 톨비를 내지 않고, 괜히 나대다가 다치지 않고,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마음대로 되던가.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