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느끼는 생각이다. 이대로도 괜찮다. 지금도 충분하다. 사실 인생에서 제일 체력 좋고 정신적으로도 안정적인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긴 하다. 계속 이렇게만 쭉 가주기만 해도 너무 감사한 거다. 내가 지금 없는 것들이 자꾸 눈에 띄지만 또 무시하면 그만이다. 운 좋게도 건망증이 있어서 잘 잊어버리기도 한다. 요즘 날씨가 추워서 요 며칠 나의 고양이 두 마리가 내 침대로 모여들고 있다. 평소에는 각자의 잠자리에서 자던 녀석들이 내게로 와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햇살이는 내 품에 안겨서 한 참을 자다가 갔다. 내 팔 베개를 하고 새근새근 잠을 자는 햇살이를 느끼면서, '아, 이 보다 더 뭘 바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신뢰해 주는 보드라운 털을 가진 생명체가 품에 안겨있는 것 만으로 가슴 벅찬 만족감을 느꼈다. 문득 너무 시시한 인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평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지도 않고 (동네 평화는 추구합니다만), 멀리 여행하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고 (단기 국내 여행은 하고 싶지만), 가족을 꾸리고 있지도 않고, 그저 내 몸 하나 건사하고 두 마리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면 하루가 간다. 어렸을 때 내 장래희망은 이게 아니었는데 말이지. 좀 더 원대했었다. 야망도 있었지. 그런데 지금도 괜찮다. 아프지 않고, 내 앞가림은 하고,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며, 남도 조금은 도울 수 있고, 일을 마치고 나서는 하고 싶은 소소한 일들을 깨작거린다. 집 청소를 하고, 키우는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대충이고 맛은 별로지만 요리를 해서 먹는다. 외출한 고양이를 기다렸다가, 고양이가 돌아오면 얼른 문을 닫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고양이들의 안부를 물어봐 줄 때 즐겁게 대답하고, 나 역시 그들의 동물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다. 우리는 다 괜찮다는 듯 말없이 미소를 나눈다.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오늘 꽤 행복했고, 이만하면 됐다. 소박하지만 이대로도 괜찮다.
*추가: 이렇게 글을 쓴 밤, 고양이 두 마리가 다 외박을 했다. 내 행복을 너무 고양이들에게 의존하고 있었나? 나 괜찮은 거 맞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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