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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카페인 없는 차 - 새로운 맛 탐구생활

커피나 홍차같이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마시면 잠을 못 자서, 평소에는 카페인이 없는 차만 마신다. 한 동안 레몬 생강차를 즐겨 마셨는데 요새 슬슬 새로운 맛을 마셔보고 싶어졌다. 요새 슈퍼에 가서 차 코너에서 차 상자의 성분표를 읽어보며 카페인이 없다고 표시된 새로운 차들을 시도해 보는 소소한 일상의 재미가 생겼다.

 

무난한 맛. 앞으로도 종종 마실 예정

 

얼마 전 Coles에서  Balgal Spice라는 차를 발견했다. 포장 지극히 인도풍이어서 회사 제품인 줄 알았는데 미국제였다. 뱅갈 호랑이 그림도 마음에 들고 어떤 맛일지 호기심이 생겼다. 게다가 세일 품목!

뱅갈 스파이스라서 뱅갈 호랑이 그림이 있다
포스트잇처럼 몇 번이고 붙는 포장지 입구
티백에 줄이 안 달림

 

집에 와서 상자를 열었는데 포장이 특이했다. 향신료의 향이 강한 편이라 밀봉을 하게 되었는데, 끈끈한 부분이 포스트잇처럼 몇 번이고 다시 밀봉되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티백도 끈이 달리지 않았는데 상자 안에 쓰여있는 설명에 의하면 쓰레기를 줄이려는 목적이라고. (사실 생산비를 줄이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쓰레기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니까 넘어가기로 한다)  계피가 다른 향신료들과 잘 조화된, 아주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뜨거운 물로 우려내서 마시다가 한 번은 한 참 후에 다 식은 상태에서 마신 적도 있었는데 그때 깨달았다. 아, 이거 수정과 맛이네! 잣만 동동 띄우면 거의 비슷한 것 같다. 상자에도 차갑게 해서 마시는 방법이 쓰여있었다. 꿀을 넣어서 마셔보기도 했는데, 꿀을 넣지 않아도 차에서 우려 나오는 단 맛이 충분해서 그냥 마시고 있다.

 

뱅갈 스파이스를 발견한 기쁨에 또 다른 카페인이 없지만 맛있는 차가 있는지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오늘 Woolworths에 들려서 몇 가지 차를 처음 구입해 보았다.

바닐라가 들어간 티

 

상자에 카페인 프리라고 쓰여있지 않아서 좀 망설이긴 했지만 일단 세일 품목이었고, 계피가 들어있어서 집어 들었다. 이 포스팅을 하기 위해서 한 잔 마셔봤는데, 많이 아쉽다. 바닐라 향과 계피향이 나긴 하지만 우려진 차의 맛이 진하지 않다. 물의 양을 더 줄여야 하나? 향만 바닐라와 계피고 맛은 주고 카모마일이다. 전에 카모마일을 한동안 마신 적이 있어서 너무 잘 아는 맛이다. 그때 약간 질렸나 보다.

 

강황, 생강 그리고 자몽의 조합

 

바로 그 옆에 있던 상자도 디자인이 예뻐서 집어 들었다. 강황과 생강과 자몽의 조합이라니, 한약과 과일티의 만남? 방금 한 잔 마셨는데 강황 맛이 주로 느껴지고 생강과 자몽의 존재는 희미했다. 하지만 위의 바닐라 맛보다는 진한 맛이라 내 취향에 조금 더 가깝긴 하다.

 

두 차 상자를 바구니에 넣고 차 코너를 지나가려는데 또 하나의 세일 품목이 눈에 띄었다. 내가 좋아하지만 세일 때만 구입하는 Nature's Cuppa의 차이 스파이스 티가 드디어 다시 세일을 했다! 아, 너무 세일에만 집착하는 나 자신이 궁상맞긴 하지만, Woolworths는 세일을 자주 하기 때문에 정가에 구입하면 손해인 것 같다. 그러다가 이렇게 오랜만에 다시 세일을 하면 더 반갑고, 망설임 없이 사게 된다. 이것도 다 판매 전략이겠지?

티백을 컴포스틀 할 수 있다

 

이 회사 제품을 처음 구매하게 된 계기는 티백에 표백제를 쓰지 않아서 바로 컴포스트 빈에 넣어도 괜찮다고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티백의 쓰레기 배출량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다고 해서, 티를 다 마시면 티백 안의 내용물을 컴포스트 빈에 넣고 티백은 따로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티백 그대로 재활용을 할 수 있어서 양심의 가책이 아주 조금 덜 든다. 게다가 차의 맛도 좋다. 단 하나, 가격이 약간 비싸서, 세일 때만 구매하고 있다.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것만 주야장천 소비하다가 질리게 되는 성향인지라 가끔씩 쉬어주는 것이 오래 같은 맛을 즐기기에 더 좋기도 하고 말이다.

 

프로 바이오틱스가 진짜 들어있다고?

 

이 포스팅을 하기 위해 찬장을 둘러보다가, 내가 종종 마시는 또 하나의 카페인이 없는 차를 발견했다. 생강과 레몬, 그리고 강황이 들어간 차인데 프로바이오틱스가 속을 깨끗하게 해 준다고 쓰여있다. 맛은 평범하지만 상품명 때문에 몸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약 먹는 기분으로 가끔씩 마시고 있다. 좋은 박테리아가 몇백만 개씩 들어있다고 쓰여있는데, 효과는 모르겠다. 이 회사, 마케팅을 잘하는 것 같다.

 

오늘 포스팅을 쓰면서 깨달은 몇 가지:

- 커피에 비하면 저렴하다고 생각해서 이것저것 사들이고 있지만 한동안은 사놓은 차들만 소진하면서 지내야 할 것 같다.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차는 뱅갈 스파이스와 차이 스파이스 티. Twinings 회사의 새로운 퓨전 허벌티는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 좋아하는 한 가지에만 몰두해서 결국에 질려버리는 과정을 수차례 경험했다. 좋아하는 것을 더 오래 즐기기 위해 질리기 전에 멈춰보자.

- 차의 맛과 상관없이, 차를 끓이고, 티백을 우려내고, 약간 식을 때까지 기다려서 먹는 그 잠깐의 시간을 제대로 만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