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생 처음으로 단편소설을 완성시켜서 공모전에 보내 보았다. 마감 며칠 전에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해서 제출기한 몇 분 전에 간신히 이메일로 보내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정말 형편없었다. 맞춤법 검사를 몇 번이나 했는데도 오탈자가 남아 있었고, 내용도 깃털같이 가볍기만 했다.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라곤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그저 페이지 수를 채우기 급급한 글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단편 소설을 완성했다는 성취감이 꽤 커서 그날 밤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잠을 들지 못했고 그다음 날도, 혼자서 히죽히죽 웃으면서 몽롱한 하루를 보냈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러너즈 하이'를 느낀다던데 그것과 비슷한 몰입의 경험을 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마감 전까지 6시간을 글에만 몰입했는데, 학생 시절을 제외하고는 정말 몇 년 만에 체험한 온전한 집중의 시간이었다.
내가 쓴 글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것은 몇 번의 공모전에서 탈락해 봐서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글 쓰는 행위 자체는 멈추고 싶지 않다. 전업 작가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어렸을 때부터 늘 나의 위로와 도피처가 돼주고 있는 글쓰기는 내 인생의 끝까지 계속해나갈 삶의 일부라는 사실에 실오라기만큼의 의심도 품고 있지 않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이런 재미있고 유익한 취미를 그만둘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정이 바빴던 요 며칠에는 간단히 일기만 쓰고 있었는데, 오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오블완 챌린지' 공고를 보게 되었다.
https://www.tistory.com/event/write-challenge-2024
작심삼주 오블완 챌린지
오늘 블로그 완료! 21일 동안 매일 블로그에 글 쓰고 글력을 키워보세요.
www.tistory.com
사실 올해 5월에 한 달 목표로 매일 블로그 하기를 정하고 실천한 적이 있다. 31일 동안 매일 글을 썼다는 뿌듯함보다는 내 안에 글 쓸 소재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절감해서 약간 우울해졌었다. 목표를 정하면, 가능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약간의 강박이 있는데, 그걸 이용해서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블로그 쓰기에 열정을 쏟아보아야겠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 여러 가지 생각과 싸우게 되는데 그중 몇 가지:
- 쓸 이야기가 왜 이렇게 없나? 내 인생이 이렇게 지루했나?
- 맞춤법은 왜 이리 늘 틀리지? 맞춤법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야 하나?
- 내가 이렇게 글을 쓰면 과연 누가 읽을까? 한 명이라도 진심으로 공감을 해줄 만한 글인가?
- 글을 더 매끄럽게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 어떻게 더 체계적으로 독서를 해야 하나?
2024년이 가기 전에 내 열정을 쏟아부을 목표가 생겼다. 이런 약간의 스트레스가 내 일상에 긍정적인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기대해 본다.
제발 그냥 스트레스만 받게 되는 건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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