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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들

잔잔한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

일 년의 몇 번씩은 일상이 무미건조해지는 시기가 있다. 나이가 들어서는 그런 지루한 일상자체가 감사할 일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나와 주변인들에게 아픈 곳이 없고, 큰 사건이나 사고가 없어서 평온하다 못해 재미가 없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 머리로는 잘 알면서도, 기억력이 나쁜 나는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신나는 일이 없는지 시무룩해지곤 한다. 요즘이 딱 그런 시기. 딱히 문제가 없는데도 우울함이 느껴질 때면, 소소한 일상의 기쁨들을 찾아 나설 때이다. 오늘 발견한 보석 같은 기쁨의 조각들 몇 가지:

 

고양이 부르마블이라니!

 

직장에서 옆자리 동료분이 고양이 모노폴리를 가지고 오셨다. 그분은 네 마리, 나는 두 마리의 고양이의 집사라서 통하는 부분이 많은데, 고양이 관련 굿즈라면 눈이 뒤집히는 공통점이 있다. 땅을 사는 대신, 다른 품종의 고양이를 사고, 팔고, 대여(응?)할 수 있다. 같은 색깔 카드를 다 획득하면 호텔을 짓는 대신 고양이 화장실을 지을 수 있는 것이 웃음 포인트이다. 이 게임을 보고서 기분이 확 좋아졌다. 게임을 만든 사람의 고양이를 향한 애정이 느껴져서인 것 같다.

 

코로나는 끝나도 거리 두기는 영원히 계속된다

 

퇴근 후에 피곤한 몸을 소파에 기대고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가 문득 돌아보니 우리 집 고양이 둘이 저렇게 따로따로 앉아있다. 자매이면서도 사이가 좋지 않은 단풍이와 비단이 (햇살이 와 달빛이라는 이름이 지루해져서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다. 당사자 허락은 안 맡음)

를 보니 그저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가 어제 열심히 빗자루질과 걸레질을 해 놓은 거실이 깨끗해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청소와 운동은 언제나 옳다고 누군가 말했는데, 격하게 공감한다. 우울감은 수용성이라서 목욕, 청소, 운동 등 물기를 접하는 행동을 하면 사라진다는 말도 떠오른다. 목욕과 청소는 이미 했으니 이따가 운동을 해봐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WQEOsj6N1bM

더세움 교회의 찬양 팟캐스트

 

평생 한국인 교회만 다니다가 다문화 교회로 옮긴 지 7년이 넘었다. 지금 교회에 잘 정착해서 잘 지내고 있지만, 가끔 한국 찬양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얼마 전 알게 된 더세움 교회의 찬양 팟캐스트 '찬양이 있는 밤'을 종종 들으면서 그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오늘 오랜만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떠서 들었는데 에피소드의 제목이 '쉼도 스케줄에 넣어야 합니다'였다. 지쳐있는 내 마음을 누군가가 알아주는 것 같아서 제목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찬양을 듣다 보니 내 귀를 사로잡는 '투피쉬 브라더즈'라는 밴드의 곡이 나왔다. 성경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록 음악으로 표현하는 팀인데, 강렬한 기타와 드럼의 소리 위에 얹힌 가사는 따스하고 격려가 되어주었다. 그중 성경 캐릭터인 '야곱'에 대한 내용인 '흉내쟁이'라는 곡의 가사가 마음에 들어서 조금 옮겨본다.

 

    내게도 난 소중한데
누군가에게 그댄 참 소중한데
한 발만 오늘 한 발만
진짜 그대 모습을 봐

 

 

 

https://www.youtube.com/watch?v=8BHVB0hy1gA

 

마음에 드는 음악을 발견하는 기쁨이 꽤 크다는 걸 오랜만에 느껴본다. 볼륨을 크게 해 놓고 운동을 하건 청소를 하건 해보면서 기운을 차려야겠다. 결국 이런 잔잔한 일상이 모이고 모인 것이 내 인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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