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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들

자유로울 결심 - 하기 싫은 건 안한다

올해 나의 목표 중 하나는 진정성 (authenticity)를 갖는 것이다. 언행일치를 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한 의견을 말해서 투명한 인격을 갖는 것이었다. 내 삶에 너무나 많은 거짓말들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고, 부당한 것을 괜찮다고 말하고, 기분 나쁜데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아무리 작은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계속하다 보니 마음에 먼지가 쌓이는 것 같아서, 가끔은 나의 진짜 의견이 무엇인지 나조차도 헷갈린다. 이제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서 작년 말 이런 목표를 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11월이 된 요즘에서야 겨우 실천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결심한 몇 가지 :

 

- 만나면 자기 이야기만 몇 시간씩 하고 내 안부는 물어보지 않는 전 동료와는 당분간, 혹은 더 이상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다. 늘 작은 선물로 내 생일을 챙겨주는 건 고맙지만 그녀와 나는 모르는 그녀의 지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몇 시간씩 듣고 있는 것은 큰 고역이고, 그녀를 만날 생각을 하면 스트레스부터 받는다. 옛정을 생각해서 매년 몇 번씩 만나왔지만, 더 이상은 한계에 부딪혔다.

 

- 초대받은 모임에 가기 싫으면 가기 싫다고 말하고 안 간다. 늘 선의의 거짓말로 핑계를 대고 가지 않았는데, 더 이상 두리뭉실 넘어가지 않고 가기 싫다고 정확하게 말할 것이다. 여러 명이 카페나 식당에 가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에게 별로 즐거운 일이 아니다. 사교성이 없어서 이기도 하고, 차라리 한 두 명과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런 자리에 가면 별 말을 안 하고 듣기만 하는데, 같이 모인 사람들과의 친밀감이 깊어지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가기 싫다고 분명히 말하고 거짓 이유를 대지 않을 것이다.

 

- 누군가가 의견을 물어보면 솔직하게 이야기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해서 상대방이 해석하게 만들겠다. 상대방이 상처받을까 봐 과하거나 거짓된 칭찬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에게도 너무 과한 칭찬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려 한다.

 

- 당분간은 집에 초대받으면 거절을 할 생각이다. 처음에는 집까지 초대해 주는 게 고마워서 갔는데, 알고 보면 밖에서 만나기 귀찮아서 나를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먼 길을 운전하는 것도 피곤하고, 누군가에 집에 갈 때는 빈손으로 갈 수가 없기에 늘 뭘 사갈까 고민하게 되는 게, 그 과정이 스트레스이다. 약속 장소가 집이면 거절하련다.

 

나 왜 이렇게 호구로 살았니? 쓰고 보니 진정성을 갖는 게 아니라 호구탈출 대작전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최대한 예의 바르게, 하지만 단호하게 소통할 계획이고,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연습이 필요하기에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진심이 아닌 말은 내뱉고 싶지 않다. 작은 거짓말들이 때처럼 쌓여서 내 속을 더럽게 만드는 것 같다. 딱딱한 껍질이 한 겹 씩 쌓여가는 느낌이다. 그때와, 그 껍질을 싹 다 벗기는 과정에서 누군가와 소원해진다면, 그건 처음부터 오래갈 관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또 나의 몇 안 되는 인간관계가 정리가 되겠구나. 하지만 실험적으로라도 꼭 해보고 싶다. 내 마음의 하얀 속살을 꺼내보고 싶다. 그 속살을 내밀고 진정한 나를 보여줬을 때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소중히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