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상

리처드 오스먼 - We Solve Murders (2024.09): 줄거리 및 감상

이미지 출처 아마존

책 표지에 고양이가 있어서 끌렸나보다

 

2024년 9월에 영어권에서 출판된 리처드 오스만 작가의 'We Solve Murders' (우리는 살인 사건을 수사한다)를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는 중이다. 주말부터 듣기 시작해서 틈만 나면 듣고 있는데, 한 반 정도 들은 시점에서 남기는 감상이다. 한국 출판사에서 벌써 번역에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앱으로 듣고 있는데, 오디오북 들을 게 없나 검색하다가 우연히 '목요일 살인클럽'이라는 책의 저자의 신작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원래는 '목요일 살인클럽'에 더 관심이 갔지만 빌릴 수가 없어서 대신 이거라도 들어보자 했는데, 웬걸, 재미있다.

 

줄거리는 처음에는 약간 난해하다가 적응이 된다. 누군가에게 살인을 청부하는 프랑스인(인지 아직도 확실치 않은).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의 보디가드로 일하는 젊은 여성 에이미. 에이미가 수시로 연락하는 시아버지 스티브. 에이미가 소속되어 있는 보안업체의 사장인 제프. 여러 인물들의 독백이 나열되다가 나중에는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중간에 소리 내어 웃음이 나올 만큼 재밌는 부분도 있고, 전체적으로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고 전개가 빨라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된다.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 몇 가지:

 

- 고정관념을 깨는 주인공들이 매력적이다. 불우한 어린 시절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야 했던 여성 보디가드 에이미.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서 영국에 사는 시아버지 스티브를 걱정하면서 매일 통화하는데, 정작 남편 하고는 거의 만나지 않고 통화도 안 한다. 그런데 남편과의 신뢰는 또 아주 두터워서 가끔 전화해서 사랑고백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관계가 유지된다. 또 그녀가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건 나이를 추정할 수 없는 유명한 작가 로지. 그녀에게 넘치는 것은 화려했던 과거와 엄청난 재산이지만 없는 것은 남은 여생을 재밌게 만들 흥밋거리이다. 이런 로지에게 에이미가 처한 곤경은 그녀의 삶에 활력소가 되게 해 준다. 에이미를 도와주면서 같이 모험을 하는 것을 즐기는 중이다. 전 경찰이었던 스티브는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혼자 노후를 보내는 중인데, 매일 동네의 작은 사건들을 해결하는 만능 탐정으로 살고 있다가 에이미의 부탁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에이미의 살인 누명을 벗기기 위해 수사에 참여한다. 개성이 넘치면서도 허점투성이이고 지극히 인간적인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다 정이 가서 이야기에 몰입하기 쉽다.

 

- 등장인물의 개성과 같은 맥락이긴 한데, 성별과 나이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점이 속이 시원하다. 힘이 제일 센 것은 젊은 여성 에이미이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은 은퇴한 형사 스티브. 제일 모험심이 넘치고 또 통이 커서 개인 비행기를 세계 여러 곳으로 보내는 것은 노작가인 로지이다. 노인들을 적극적으로 묘사한 점이 마음에 든다.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고!

 

- 2024년 9월에 나온 신작답게 요새 유행하는 것은 다 등장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인플루언서, 챗지피티가 모두 이야기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 작가의 유머코드가 나랑 맞는 것인지, 꽤 자주 소리 내어서 웃거나 환하게 미소를 짓게 된다. 분명 이야기 속에서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이렇게 웃어도 되나 싶다. 난 주로 전 경찰 스티브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웃게 되는데, 노련하면서도 허술한 수사방법이 흥미롭다. 사람 심리를 엄청 잘 안다고 독백을 해놓고는 헛다리를 짚는 등 상황적인 유머가 군데군데 포진해 있다.

 

- 스티브가 영국에서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 트러블(문제)인데, 이 고양이가 스티브가 미국에서 수사할 때 도움이 된다. 어떻게? 그건 읽어서 확인하길 추천한다. 아무튼, 이야기에 고양이가 어떻게든 등장하는 것은 대 환영이다.

 

아직 반이나 남아서 사실 이야기의 결말이 맘에 들지 않을 가능성 있지만, 현재로서는 충분히 만족한다. 이 이야기가 끝나가는 것이 아쉽지만 그 후에는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마음에 드는 책의 발견하는 기쁨이 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