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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AI가 그려준 나의 이상적인 오후

네이버 미니멀 라이프 카페 어떤 글에서 AI가 그려준 미니멀한 옷장 그림을 보았다. 그림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나도 한 번 시도해 봤다. 내가 넣은 지시문은 다음과 같다: 편안 옷을 입은 여성이 미니멀한 인테리어의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소파에 앉아있다. 큰 창문이 있고 편안한 분위기이며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그림이 이것

 

이런 그림을 일분도 안되서 만들다니! 앞으로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어떻게 되는 걸까?

 

예전에 AI로 이미지를 만들어 보았지만 전혀 만족스럽지 않아서, 아직은 상용되기 힘든 단계라고 생각하고는 잊고 살고 있었다. 그게 일 년도 안된 것 같은데, 이번의 결과물은 놀라웠다. 비록 '미니멀한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분위기와 그림체가 고급스러워서 마음에 들었다. 여기서 가구와 소품들만 좀 줄이면 좋을 것 같아서 요구사항을 바꿔보았다: 이전 이미지에서 가구와 소품을 줄이고 대신 화분을 두 개 정도 추가할 것. 그 결과물은 내 예상을 약간 빗나갔다.

 

그림체가 바뀌어서 아쉬웠다. 분명 화분 두개라고 했는데 너무 많다. 고양이 한마리는 어디간거야?

 

편안한 복장의 여성에 나를 대입시켜 보니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아직도 화분이 너무 많다.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는 어디 간 거야? 고양이 두 마리와 화분 두 개를 강조하고, 가구를 더 빼달라고 지시해 보았다. 그 결과물이 바로 아래 그림이다.

 

 

이건 확실히 미니멀한데 너무 쓸쓸하잖아.

큰 창문도 마음에 들고 화분도 두 개, 고양이도 두 마리이다. 근데 왜 여자가 소파에 앉아있지 않는 거지? (내가 한국인이라서 바닥에 앉힌 건가?) 공간이 너무 크고 휑해서 쓸쓸해 보인다. 깔끔한 인테리어는 마음에 들어서, 모든 것은 그대로 유지하고 공간만 줄여달라고 지시어를 넣어봤는데 무료 버전은 하루에 3가지 그림밖에 생성하지 못한다고 해서 아쉽게 여기서 멈추어야 했다. 여기까지가 어젯밤에 만들어본 것이었고, 드디어 24시간이 지난 방금 전 다시 지시문을 넣어보았다. 그랬더니!

 

고양이 한 마리는 또 어디간거야? 그리고 책이 왜 이렇게 많냐구!

 

내가 분명히 아무 소품도 없게 해달라고 했는데 뜬금없이 책이 많아졌다. (책은 소품이 아닌 게야) 게다가 액자 2개도 추가가 되고 고양이 한 마리가 또 사라졌다. (고양이는 숨어있다는 콘셉인 건가?)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들어오게 해달라고 했는데, 그건 잘 표현된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아쉽다. 창밖의 풍경이 봄의 정원이었으면 좋겠고, 책을 다 치우고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주문해 봤더니 나타난 그림이 이것:

 

분명히 책 두권이라고 했는데!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는 또 어디있냐고? 화분은 또 왜 이리 늘어나고?

 

창밖의 풍경은 참 좋은데, 갑자기 부엌이 생기고 화분이 늘어났다. 고양이 한 마리는 소파 밑에 들어간 걸까? 아니면 고양이 두 마리와 미니멀 인테리어는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려고 하는 건가? 그리고 책 두 권이라고 했는데 왜 그걸 못 알아듣지? 오늘 생성할 수 있는 이미지가 단 한 장 남았기에 이번에는 자세하게 지시문을 써보았다.

 

-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아늑한 거실. 테이블과 의자 하나만 있다.

- 여성이 큰 창문가에서 글을 쓰고 있고, 창문 밖으로 봄의 정원이 보인다.

- 고양이 두 마리가 근처에서 뒹굴고 있다.

- 화분 두 개 빼고는 테이블 위에 아무것도 없다. 다른 가구는 아무것도 없다.

-  여성은 편한 옷을 입고 있고, 테이블 위에 따뜻한 찻잔이 놓여있다.

- 방에는 책과 장식품이 아무것도 없다

- 심플하고 좀 썰렁한 방이지만 짙은 녹색, 베이지, 갈색 같은 자연색으로 되어있다.

- 전체적인 분위기는 미니멀하지만 아늑하다.

빼먹은 게 없는지 몇 번 다시 읽으며 확인했다. 오늘의 마지막 이미지는 과연 이 모든 조건들을 만족시켜 줄 것인가?

 

고양이는 돌아왔지만, 나머지는 다 무시당함.

 

AI는 날 무시했다. 책과 소품과 가구를 없애달라고 했는데, 너무 많고, 테이블에 의자가 두 개나 있다. 소파는 언급하지도 않았는데 소파도 생김. 다행히 이번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음에 들지만, 간단한 지시를 계속 무시당하는 것은 꽤 답답하다. 앞으로 몇 달 후에 같은 지시문을 넣어보면 좀 달라져 있으려나? 그림들의 수준이 높아서 놀라긴 했지만 아직은 많이 아쉬운 AI 체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