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부터 매주 토요일 2시간씩 중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은퇴하신 중국인 선생님이 무료로 시민센터에서 가르치시는 교실에 처음 찾아갔을 때가 생각난다. 금요일 오후, 퇴근을 하고 작은 교실에 들어갔을 때, 교과서의 8과까지 진도를 나간 사람들 사이에 껴서 열심히 필기를 해가면서 간신히 기억하는 중국어 단어들을 조합해서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주로 은퇴하신 분들이 배우러 오셨는데 간혹 직장인들도 비정기적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난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숙제를 하고, 출퇴근 길에는 무한 반복으로 교과서용 오디오 파일을 듣고 따라 했다.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만 하다가,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고마운 기회가 주어진 것이 너무 좋았고, 봉사자로 가르치시는 선생님께 보람을 드리고 싶은 마음도 컸다. 중간에 아픈 고양이 때문에 몇 개월 빠졌지만, 고양이가 먼 길을 떠나고, 다시 수업에 참가했다. 슬픔에 빠지지 않도록 몰두할 수 있는 곳이 하나라도 더 필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다시 수업에 참가하기 시작하고 불과 몇 개월 후, 코로나로 시민센터가 문을 닫고,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에도 열 명 정도가 참가하는 수업이었는데, 온라인으로 옮기고 나니 더 적은 수가 모였다. 일 년 반 정도는 나를 포함 세 사람의 학생과 선생님, 선생님의 남편, 이렇게 5명이 매주 금요일 밤, 6시 반에서 8시 반까지 수업에 참가하고 있다. 요새는 전에 공부하시던 두 분이 돌아오셔서 학생은 5명으로 늘었다.
선생님은 교과서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장을 알려주시는데, 조금씩 이해를 하고, 간단한 문장으로 선생님과 대화를 할 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일본어를 공부했을 때 배운 한문이 중국어에도 다소 도움이 되고, 한국어와 영어의 중간 지점에 있는 중국어의 문법도 흥미롭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단어의 뜻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게 그 뜻이었구나, 마음이 시원해지는 순간들이 참 좋다.
솔직히 2년 반 정도 공부한 것 치고는 실력이 일취월장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중국어에 대한 재미가 사라지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시험을 보기 위해가 아닌 서 그저 순수하게 배우는 즐거움을 위해서 하는 공부가 사치스럽게까지 느껴진다. 일주일에 2시간의 수업, 그리고 숙제를 하는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아깝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는 듯하다. 오히려 더 공부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아쉬울 뿐이다. 누가 시키지 않은 일은 왜 이리 더 하고 싶은 걸까?
이왕 공부하는 것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매주 수업을 받고 숙제를 하는 것으로는 부족함을 느낀다. 전에는 출퇴근하면서 오디오 파일을 많이 들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는 지금은 따로 시간을 내서 오디오를 듣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생각해낸 새로운 공부방법 몇 가지:
- 타이머를 설정해두고 집중해서 매일 짧게 공부한다. 더 하고 싶어도 알람이 울리면 그만둬야 하기에, 더 집중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 하루에 작은 목표를 설정에서 확실히 외우고 연습한다. 3-10 문장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페이지 수를 정하는 것도 좋다.
- 오디오는 짧게 자주 듣는다. 팟캐스트 듣기 전에 한 번, 요리 시작할 때 한 번, 듣는 식이다. 반복해서 계속 듣기는 좀 힘들다.
- A4 용지를 두 번 접어서 그만큼만 한자 연습을 한다. 작은 면적이지만 성취감은 느껴진다.
- 좋아하는 중국 영화를 틀어놓는다. 금성무가 나오는 'Turn Left, Turn Right'을 유튜브에서 발견했는데 언젠간 자막 없이 보고 싶다.
일단은 실천해보자.
'관심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드] 일생일세 (一生一世 ) (스포) (0) | 2021.09.15 |
---|---|
[쇼핑] A5? B6? 노트 사이즈 비교 (0) | 2021.09.11 |
[집] 정리 팁 몇 가지 (0) | 2021.09.04 |
[티스토리] 블로그 글 쓸 때 주의할 점 (0) | 2021.09.04 |
전생에는 나무꾼 (0) | 2021.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