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업무용으로 산 노트를 거의 다 써가고 있다. 원래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이 잘 없어서 쇼핑을 힘들어하는 편인데, 이 노트는 보자마자 한눈에 반해서 샀다. 나뭇결 모양의 커버라니! 거기다가 글씨도 뭐도 아무것도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이다. 거의 매일 보게 되는 물건인 만큼, 마음에 쏙 들어서 손에 들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메모도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다.
나름 미니멀리스트로 산지 십 년이 다 되어가는데 노트만큼은 없애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로 기록하면 참 좋은데 노트북이나 폰을 켜는 게 번거로워서 메모를 잘하지 않게 된다.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 적어두기에는 내게 종이와 연필만 한 것이 아직 없다. (참, 올해부터 펜이 아닌 연필을 주 필기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노트를 다 쓰면 똑같은 걸로 사려고 전부터 생각하고 있다가, 록다운 중이라 온라인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아무리 찾아도 같은 상품이 없어서 최대한 비슷한 나무색의 미니멀한 디자인의 노트를 찾기 시작했다. 얼추 비슷한 걸 찾았는데, 사이즈가 좀 달랐다. 그래도 A5와 비슷한 사이즈이고, 흔한 규격 같길래 같겠거니 하고 구입했다. 오늘 택배가 와서 상자를 열어보니..!
새로 산 노트는 A5인데 지금 쓰는 노트는 길이와 넓이가 2센티 정도 짧다. 이것은 그럼 무슨 규격이란 말이야? A6? B6?
A3와 A4만 구별하는 나에게 B가 들어가는 사이즈는 항상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검색해 봤다.
A와 B를 교차하며 숫자가 커질수록 사이즈가 작아지는데 A4> B5> A5> Regular (폭이 좁은 A5) > B6 > A6의 순이다. 근데 아무리 봐도 A5와 B6의 중간 지점인 138mm x 197 mm의 내 노트의 사이즈는 보이질 않는다. 마침 B6노트가 있어서 비교해 봤다.
지금 노트에 익숙해져서 새로 산 노트가 너무 크게 느껴지기도 하고, 표지와 페이지에 로고가 그려져 있어서 볼수록 아쉽다. 물건을 새로 사면 조금은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힝... 뭐 이런 걸로 속상해하나 싶다가도, 거의 매일 만지게 될 물건이라 신경이 쓰인다.
이왕 산 거 소중하게 여기며 끝까지 다 쓰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다음에는 좀 더 꼼꼼하게 쇼핑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검색을 하다가 뒤늦게 내 노트와 같은 사이즈를 발견했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파는 B6노트가 내 노트 사이즈였던 것이다! 다른 나라 규격일 수도 있다는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여기서 사야 하나? 사실 지금 쓰는 노트를 가지고 직접 가서 비교해보며 샀으면 더 만족스러운 쇼핑을 할 수 있었겠지. 록다운이 끝나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 온라인 쇼핑을 해버린 내 인내심의 한계를 탓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한눈에 반해버린 지금 노트와의 인연이 기적이었던 거야... 고작 노트인데도 정이 들어버리니 집착이 생겨버렸다. 이렇게 온라인 쇼핑 실패담이 또 하나 늘어간다. 앞으로 택배 올 것이 몇 개 더 있는데... 허울뿐인 나의 미니멀리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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