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정체를 가리고 활동하는 예술가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다. 실력은 있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주의자들에 대한 환상이랄까? 간간히 화제가 되는 뱅크시라는 아티스트가 영국에 있다면 한국에는 sf작가인 듀나와 드라마 작가인 정은궐이 있다. 정은궐 작가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아마 인터넷에서 이걸 봤을 때였던 것 같다.
조금만 좋은 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리는 편이라, 엄청난 성공을 숨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그런 사람이 되었다고 상상해보는 것도 꽤 재밌는데, 내가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얼마나 짜릿할지!
아무튼 그런 정은궐 작가의 신작인 '홍천기'가 시작해서 보기 시작했다. '성균관 유생'은 본 것 같고 (기억이 가물가물) 해품달은 무슨 이유인지 아예 안 봄. 하지만 홍천기는 이상하게 끌렸는데 아마도 김유정 배우가 나와서인 듯.
생각해보니 아무 정보도 없이 '홍천기'라는 제목만 보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김유정 배우가 나왔고, 검색해보니 정은궐 작가 작품인 걸 알게 된 순서였던 것 같다 ㅋㅋ 솔직히 제목을 보고 중국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좀 놀람. 아무튼 1화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사실 조금 지루했다. 정은궐 작가 작품인데 왜 이리 뻔하지? 귀여운 아역 배우들이 만나서 첫사랑에 빠지는 그런 '소나기'같은 전개가 너무 신파스러웠다.
눈이 안 보이는 소녀를 도와주는 소년, 소년의 따뜻함이 고마운 소녀. 아역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곳 없었지만 너무 뻔하잖아. 그래도 어찌어찌 1편을 끝까지 봤는데... 그럼 그렇지! 이래서 정은궐 작가 작품이지! 소년과 소녀의 눈이 바뀌다니! 소녀는 시력을 찾고, 그 대신 소년이 앞을 보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을 보면서 육성으로 '와, 뭐 이런!'이라고 외쳤던 것 같다. 허를 찌르는 전개에 다음 편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2편에서는 애들이 급성장을 해서 성인 배우들이 나왔다. 여주는 김유정 배우라는 걸 알았는데 남주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처음 등장했을 때 웬 신인이 나와서 좀 놀랐다. 누구길래 주연이지? 언제 유명해진 배우인지 처음 보는 배우였다. 처음에는 연기나 외모가 평범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착각. 주연을 꿰찬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보면 볼수록 잘생겨 보이고, 연기톤도 안정되어 보인다. 검색해보니 어릴 때 캐나다에 이민을 갔는데 고등학교 때 배우가 되려고 귀국을 해서 한국어 발음이 자연스럽지 않아서 고생을 좀 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는 그런 티는 하나도 안 나고, 조선사람인 양 사극톤 대사를 잘 구사하고 있다. 캐릭터상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무술도 잘하고 주변 상황판단이 마치 보이는 사람처럼 빠른 것이 말이 안 돼서 몰입이 방해되는 면이 있는데, 이건 뭐 배우 탓이 아니니 패스. 아무튼 드라마 속에서는 왕의 총애를 받는 공무원인데 사이드잡인 흥신소(?)를 운영해서 돈도 많은 사기 캐릭터. 잘생기고 기품 있는 외모와는 달리, 내면에는 엄청난 복수를 꿈꾸고 있는 어둠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아무튼, 뻔하지 않는 스토리에 예쁘고 멋진 주연 배우들을 보는 재미에 잘 보다가 5편에서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다. 다양한 그림을 볼 수 있는 그림대회가 열린 것이다.
일본 만화나 애니에서 자주 보는 설정인데, 대회에 참가한 주인공이 대단한 경쟁자들 속에서 성장하며 결국 일등을 하는 어쩌면 좀 뻔한 내용이긴 하다. 하지만 조선 시대 배경으로, 거기에 수묵화 대회는 처음 봐서 신선했다. 드라마 제작진이 많이 신경을 쓴 티가 났는데, 주인공의 그림뿐 아니라, 경쟁자들의 그림들도 다양하고 수준이 높아서 보는 재미가 컸다. 5회와 6회는 그림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추.
앞으로의 내용을 모른 채로 계속 드라마를 시청하고 싶은데, 원작의 줄거리를 검색하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다. 이놈의 검색병 ㅠㅠ
줄거리를 알고 봐도, 연출이 더해졌을 때 생기는 시너지에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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