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좋아하는 사촌동생들과 카톡을 하다가 우리 집 고양이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사진첩을 뒤져 보았더니 최근에 찍은 고양이 사진이 별로 없었는데 특히 달빛이 사진은 한 장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농담 반 진담 반 집사 실격이라고 자조하며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사진을 찍은 다음 날인가 모처럼 달빛이가 내 옆에 오랜 시간 앉아 있었다. 행복감을 느끼며 여유롭게 앉아있다가 문득 달빛이가 침을 흘리고 있는 게 보였다. 순간 나의 첫 고양이 오스카가 구강암으로 투병했을 때가 생각났다. 오스카도 갑자기 침을 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망가는 달빛이를 간신히 붙잡고 입을 벌려보니 혀에 상처가 나있었다. 아무튼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니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서둘러 달빛이를 이동장에 넣으려는데 영문을 모르는 달빛이가 버둥거리다가 내 손을 할퀴었지만 워낙 정신이 없어서 아픈지도 몰랐다.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는데 울컥울컥 눈물이 나왔다. 이동장에서 웅크리고 있는 딜빛이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삼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 내 차례가 되어서 진찰실에 들어가니 눈물이 쏟아졌다. 오스카가 암 진단을 받았던 상황이 떠올랐다. 다행히 혀에 있는 상처는 심각하지 않은 궤양이었고 침을 흘리는 이유는 잇몸에 염증이 생겨서였다. 염증의 원인은 상태가 좋지 않은 이빨이었는데 발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심각한 병이 아니라는 소리에 안심이 되어서 수술비와 진료비가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대신 나의 크라운 치료와 새 자전거 구입은 미뤄지긴 했다). 항생제와 항염제를 처방받고 며칠 후 시작되는 휴가의 첫째 날로 치과치료를 예약하고 집에 돌아왔다. 매일 저녁 주사기로 물약을 주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독하게 마음을 먹으니 어찌어찌할 수 있었다. 치료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달빛이가 이반에는 재채기를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 몇 분에 한 번씩, 한 번 할 때마다 계속되는 재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결국 캣 플루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치과 치료는 미뤄지게 되었다. 대신 아침저녁으로 먹어야 하는 감기약을 처방받았다. 열흘 정도 상태를 보고 상태가 좋아지면 발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침저녁으로 감기약을 먹였지만 달빛이의 재채기는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도 콧물을 흘리며 재채기를 했고, 밥도 평소만큼 먹지 않는 달빛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캣 플루는 완치가 되는 게 아니고 따로 약도 없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낫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 같았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답답했다. 아이 대신 아파주고 싶다는 엄마들의 마음이 조금 짐작이 되었다.

그러다가 열흘정도 지나니 서서히 기침이 잦아들고 밥도 잘 먹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열심히 그루밍을 하는 걸 보니 혀 상태도 괜찮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빛이에게 옮아서 햇살이가 재채기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햇살이의 재채기는 심하지는 않지만 더 심해지지 않나 지켜좌야 한다. 고양이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집사의 연말은 이렇게 정신없이 흘러간다.


2026년은 부디 일인이묘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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