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 난 내가 옮길 수 있는 물건만 사기로 했다 - 세탁기 편

올해 일월에 이사를 온 후부터 지금까지 세탁기 없이 살고 있다. 냉장고는 하는 수 없이 27kg 나가는 157L 바 프리지(Bar Fridge)로 구입했다. 냉동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더 작은 냉장고는 살 수가 없었다. 다행히 만족하며 잘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옮길 수 없는 물건을 더 이상 늘리기는 싫었다. 한두 번 본가에 이불을 가져가서 세탁기를 빌린 것을 제외하고 계속 손빨래로 연명하고 있다. 6월 말부터는 록다운으로 본가에 가지 못하면서 이불 빨래는 못하고 시트만 빨고 있는데, 어제 처음으로 강렬하게 세탁기를 사야겠다는 충동이 일었다. 세제 양을 잘 못 계량하는 바람에 거품이 계속 나와서 무한 헹굼을 해야 했던 것. 30분 정도 헹구고 또 헹궈도 거품이 계속 나오는 걸 보면서 다시는 이 짓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다음에 계량을 제대로 하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겠지만, 뭔가 다 귀찮게 느껴졌다. 내가 손세탁을 고집하는 게 과연 미니멀리즘인가 궁상인가 회의가 들었다. 그래서 일단 검색 시작. 검색어는 작은 세탁기 (small washing machine)으로 시작했는데 휴대용 세탁기 (portable watshing machine)이라는 검색어로 꽤 유용한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pZ8DnxcHtw 

자세한 설명이 도움이 된 영상

비슷한 영상이 꽤 많았는데, 이 동영상이 내 마음을 굳히게 해 주었다. 아주 자세하게 어떻게 물을 넣고, 보푸라기 때문에 배관이 막힐 경우 어떻게 빼내는 지를 보여줘서,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미국은 보통 아파트에 공용 세탁실만 있고 각 집에는 세탁실이 없는 구조가 많다고 하는데, 다들 위생에 민감해진 코로나 시국 때문에 휴대용 세탁기의 수요가 급증한 것 같았다. 수요가 많으니 공급도 다양하게 되어서 가격도 꽤 저렴했다.

 

문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이 호주에서는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배송이야 가능하겠지만 배송비가 세탁기 가격 이상 들겠지. 동영상에서 본 세탁기들과 비슷하게 생긴 상품들을 호주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몇 개가 있긴 했다. 호주에서는 주로 캠핑카로 여행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것 같았다. 리뷰, 세탁기의 무게, 가격을 고려하니 얼추 세 개의 제품으로 추려졌다.

 

출처

미니멀한 디자인이 맘에 든다.

 

Devanti라는 회사 제품에 용량은 4.6kg인데 제품 자체의 무게는 검색해도 안 나온다. 하지만 휴대용이고 다른 제품하고 비교해서 짐작해보자면 10kg는 넘지 않을 것 같다. 가격이 200불 이하라서 저렴하긴 한데 리뷰를 보니 탈수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난 탈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대충 짜서 뒷마당에 널면 될 것 같아서 괜찮을 것도 같다.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히 맘에 든다.

 

출처

 

5KG 30L Twin Tub Portable Washing Machine

같은 Devanti 제품인데 살짝 크고 세탁통과 탈수통이 분리되어 있다. 리뷰는 대체적으로 좋은데 세탁기에 딸려오는 호스가 짧아서 문제인듯하다. 그건 따로 사야 할 듯. 가격은 300불 이하라서 처음 것보다는 비싼 편. 이것 역시 무게가 검색이 안된다. 하지만 리뷰들이 가볍다고 하기도 하고, 높이가 80센티가 되지 않아서 많이 무겁진 않을 듯.

 

출처

Advwin이라는 회사의 제품인데 용량이 4kg라 조금 적다. 하지만 그래서 무게가 6kg밖에 안 한다! 가격은 200불 이하로 저렴한 편인데 Devanti 제품과는 다르게 무료 배송이 아니라서 아쉽다.

 

이 제품들이 대체로 배수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이 보였다. 물을 뺄 때 호스가 짧아서 싱크대나 버킷에 물을 담기가 좀 애매한 듯하다. 그래도 손빨래보다는 낫겠지? 용량이 적어서 물 사용량도 많지 않을 것 같고, 사이클이 보통 15분으로 짧아서 전기도 크게 잡아먹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이불인데, 이 세 가지 모두 이불 빨래는 무리겠지? 그렇다면 세탁기를 살 필요가 없는 것인지, 좀 망설여진다. 다행히 첫눈에 반해버린 제품이 없어서 충동구매는 막을 수 있었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결정해야겠다. 몇 년씩 손세탁을 하며 세탁기 없이 사는 미니멀리스트들이 정말 대단하게 생각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