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때부터 나의 최애 인형이었던 포미를 소개한다. 원래 이름은 개성도 없이 곰돌이였는데 섬유 유연제 티브이광고에 나오던 인형과 비슷해서 그 제품의 이름을 따서 포미로 개명했다.


이렇게 소중한 포미에게 왜 옷을 만들어 줄 생각을 못 했을까? 엄마가 조카들과 바느질 놀이를 하신다기에 나도 참여해 보기로 했다.

본가에 놀러 온 조카들이 아침 일찍 바느질 놀이를 시작한 턱에, 오후에 합류를 한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딱히 바느질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 최소한으로 노력을 들여서 옷을 완성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꾀가 났다. 오래된 옷의 소매 부분을 이용해서 팔 구멍만 자르는 것이다.





이렇게 두 벌이 뚝딱 완성되었지만 뭔가 양심에 찔려서, 한 벌 정도는 제대로 바느질을 해서 완성시켜 보기로 했다. 마침, '귀멸의 칼날'이라는 일본 만화의 주인공인 탄지로가 입는 옷을 연상시키는 천이 있어서, 포미에게 탄지로 코스튬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의욕만 너무 앞섰던 탓일까? 얼마 못하서 졸음을 못 이기고 낮잠을 자고 말았다. 그렇게 한 참 자고 일어났는데 포미의 옷이 완성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내가 잠든 사이에 조카#1이 나 대신 바느질을 해 준 것이다! 천이 너무 작아서 두 조각을 이어 붙여야 했는데 조카가 바느질로 얼추 잘 이어준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탄지로 코스튬은 포미에게 딱 맞았다!

중년이 되어서야 포미에게 옷을 마련해 주게 되어서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생각해 보니 나와 함께한 가족 이외에 가장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한 게 포미인 것 같다. 그동안 나를 지켜보면서 포미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포미가 말을 못 하는 게 다행이다. 코 부분이 벗겨진 것을 볼 때마다 살짝 속상하지만 그 외에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늘 이 모습 그대로일 수 있도록 소중히 아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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